이건 봄 날씨가 아니다

2008.04.21 10:35:00


"와, 날씨가 푹푹 찌네!"

이건 4월의 기온이 아니다. 뉴스에선 찜통 더위라고 보도하고 있다. 토요일 오후, 우리 학교 RCY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서호사랑봉사활동체험교실 2시간에 학생들도 인솔교사도 얼굴이 햇빛에 벌겋게 익었다.

서호공원에 있는 흰색의 복숭아꽃이 시선을 끈다. 분홍색꽃과 흰색꽃이 한 가지에 동시에 피었다. 원래 분홍색으로 알고 있었는데 혹시 이상 고온 탓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상 기후는 자연을 엉뚱하게 변화시키기도 하나 보다.

미루나무의 잎이 점차 무성해져 나뭇가지 사이에 있는 까치집이 이젠 보이지 않는다. 일월저수지를 산책하고 온 아내가 말한다. 밖은 한여름이고 오히려 집안이 시원하다고.

광교산(光敎山)을 가려고 시내버스를 타니 에어컨이 가동중이다. 4월에 냉방장치 작동이라니. 차창밖을 보니 행인들의 반팔, 반바지 차림이 눈에 띈다. 수원천(水原川)에 발을 담그고 손을 씻는 사람도 보인다. 이렇게 봄은 끝나고 여름은 시작되는 것인지.

산행 시작과 동시에 땀이 솟구친다. 지난번 개구리알이 있던 웅덩이에는 올챙이가 헤엄치고 있고 병꽃나무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노오란 애기똥풀꽃이 산행을 반겨 준다. 산벚꽃나무는 꽃잎을 흩날리고 진달래꽃는 이제 지기 시작한다. 그 대신 산철쭉꽃이 한창 피었다.

시선을 아래로 향하니 작년에 보았던 족도리풀도 쑥 올라왔다. 줄기 밑을 살피니 보랏빛의 꽃이 보인다. 다른 식물의 꽃은 밖으로 드러내 위용을 과시하는데 족도리꽃은 낙엽속에 감추어져 있다. 서서는 볼 수 없다. 엎드려야 보인다.

어느 생물학자는 말한다. 식물의 꽃은 생식기라고. 동물과는 달리 식물은 생식기를 밖으로 꺼내 놓아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고. 그게 다 씨앗을 맺기 위한 것이라고. 하기사 종족을 퍼뜨리는데 부끄러움이 있을 수 없다.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그 느낌이 다르다. 나이를 먹을수록 여유를 갖고 봄을 맞이해야 하는데 쫒기듯 종종거리며 계절을 맞이하고 꽃을 찾는다. 이름 모를 산새의 지저귐은 산행의 피로를 잊게 해준다. 점점 초록으로 변해가는 연두색의 산, 그리고 계곡의 물소리가 정겹기만 하다. 그래서 이 봄에 산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 기온은 봄이 아니다. 여름이 이렇게 빨리 오다니. 정상 기온은 아닌 듯하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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