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백록담 登頂記(1)

2008.04.22 10:16:00














4월 연휴를 맞아 한라산을 오르고 싶다는 두 딸의 전화를 받고 나보다 한 번 더 백록담을 구경한 아내가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가족끼리 한라산 등반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제 몇 년 안으로 부모 곁을 떠나 시집가게 될 두 딸들과의 등산이라서 그 점에 더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

인천에 살고 있는 두 딸은 김포에서 출발하고 우리는 가까운 청주공항에서 출발하기로 하고 항공권을 예약하였다.
여행을 다니면서 느끼는 건데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문물과 문화를 접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여행 전에 기다려지고 상상되는 즐거움 또한 많은 엔도르핀이 솟아나는 느낌을 받기 때문에 좋다.

나는 한라산을 등정하려면 다리에 힘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으로 아침저녁으로 걷기운동도 하고 가까운 남산도 오르면서 체력을 다졌다. 잔뜩 기대를 하고 있는데 일기 예보는 일요일에 전국적으로 비가 온다고 한다. 얼마 만에 잡은 날인데 비가 온다니 걱정이 안 될 수가 없었다. 두 딸은 한라산을 처음 오르려는 기회인데 만약에 비가 오면 얼마나 실망이 될까?

그래도 모처럼 시간을 맞춘 것이라 일단강행하기로 했다. 비가 많이 오면 다른 관광을 하고 오기로 하였다. 청주에서 오후2시 45분 비행기라서 아침에 여유 있게 준비하고 11시에 출발하였다.
증평에서 별미인 어죽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수년전에 처가에 갔을 때 먹던 맛과는 차이가 있었으나 아주 맛있게 먹고 청주공항을 가는데 벚꽃 가로수 길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에 여행의 들뜬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

E- 티켓을 항공권으로 교환하고 검색대를 거쳐 들어갔으나 면세점이 없어서 기다리는데 지루한 감이 있었다. 컴퓨터 검색으로 시간을 보내고 비행길에 올랐는데 이륙 후에 청주근방의 모습을 하늘에서 바라보니 너무 아름다워 보였다.

구름위로 비행을 하면서 기내에서 주는 음료수를 마시며 신문을 읽다보니 15분 후면 제주공항에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유럽 여행 때 12시간을 날아가다가 50분 비행을 하니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섬 제주에 무사히 도착하여 잠시 후에 도착할 딸들을 기다리며 공항스포츠용품점에서 무릎보호대를 샀다.

오랜만에 두 딸과 반갑게 만나서 렌터카 주차장으로 이동하여 남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 빌린 차를 타고 달렸다. 서귀포 방향으로 가기 위해 서쪽 도로를 타고 한림방면으로 달렸다. 도로변에 노랗게 핀 유채꽃이 너무 아름다워 중간 중간 차를 세워놓고 사진을 찍었다.

아내는 넓은 일주 도로를 달리면 재미가 없으니 해안도로로 가자고 한다. 좁은 도로 이지만 바다와 가깝고 어민들의 삶의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유채꽃과 해변바위가 아름다운 곳에서는 한참동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랜만에 바닷가에 와보니 어린애 같은 마음이 드는 것 같았다.

영산 수월봉 이라고 돌에 새겨진 나지막한 봉우리를 오르니 넓은 바다위에 구름이 약간 꼈으나 일몰을 기다리는 관광객이 많이 몰려들었다. 젊은 외국인 두 명이 위험방지 울타리를 넘어가 낭간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니 떨어질까 봐 아찔한 마음이 들었다.
사진을 찍으며 일몰을 기다리다가 너무 늦을 것 같아서 내려와서 큰 도로 쪽으로 나오려고 하니 넓은 유채 밭이 황금빛을 발산하고 있어 차를 멈췄다. 황금빛의 유채 밭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아내와 두 딸은 초등학교 학생들처럼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래서 여행은 즐거운 것이고 가족애를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여행의 즐거움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는 것도 있지만 별미를 맛보는 즐거움이 크다고 본다. 작은딸이 여행정보를 입수 한 횟집을 찾아갔다. 차안에서 횟집에 예약전화를 했더니 예약이 안 되고 와서 기다려야 한다고 한다. 내비게이션이 여행에서 참으로 편리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재래시장으로 안내를 하여 좁을 길을 곡예운전을 하며 찾아갔는데 새로 집을 지어 근처로 이사를 했다고 한다. 아직 축하화분이 있는 것을 보니 이사 한지가 그리 오래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2층까지 많은 방과 홀에는 빈자리가 없었고 번호표를 받아들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2층에 올라가서 자리에 앉았는데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어서 얼마나 유명한 횟집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여느 횟집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다양한 해산물이 많이 나온다. 본회가 나오기 전에 해삼, 멍게, 개불, 오분 자기, 생성구이, 튀김, 새우튀김 등을 먹다보면 끝에 나오는 황 돔, 우럭, 자리 돔 등 진짜 고급 회는 배가 불러 먹을 수가 없을 정도로 많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매운탕에다 후식으로 팥빙수까지 나와 과식을 안 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한 횟집으로 아려져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저녁을 먹고 늦은 시간에 바닷가에 자리 잡은 호텔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고 1박을 하였다.
이찬재 (전)충주 달천초등학교 교장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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