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 개혁을 논하기 전에

2008.04.22 10:21:00

내년부터 임용되는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동일한 보험료ㆍ급여율을 적용하기로 하되 다만 적립형 저축계정을 통해 민간보다 적은 급여소득을 보충하도록 했다. 또한 신규공무원은 물론 기존의 공무원까지 국민연금 수준으로 수급구조를 획기적으로 뜯어고치는 방향으로 공무원연금제도가 개편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부안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기존의 공무원도 연금 수령액이 현재보다 월 22%이상 줄어들게 된다. 21일 행정안전부와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 등에서 밝혀진 내용들이다.(매일경제신문, 2008.04.21 18:11:52)

주요내용으로는 기존 공무원에 대해 과세소득월액(국민연금 보험료ㆍ연금급여 산정시 적용하는 총소득 개념) 기준으로 3년 안에 보험요율을 현행 5.525%에서 8%까지 올리도록 함으로써, 지난해 1월 발표된 발전위 건의안 8.5%보다는 다소 인상폭이 완화됐고, 국민연금 4.5%를 훨씬 초과한다. 그 대신 개편안에서 지급률은 2.12%에서 1.435%로 대폭 낮췄다. 공무원이 33년을 근무하다 퇴직했다고 가정할 때 매달 지급되는 연금액은 급여 대비 69.6%에서 47.35%로 무려 22.25%포인트나 줄어드는 셈이다. 이는 발전위 건의안 56.1%와 비교해 9%포인트 가량 낮고 국민연금 41.25%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급여지급 기준 소득을 현행 최종 3년 평균에서 평생 평균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연금액 조정도 재직자 급여상승분까지 반영했던 것을 국민연금처럼 소비자물가지수만 인정하기로 했다.(매일경제신문, 2008.04.21 18:11:52). 

이 안을 마련한 곳은 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이다. 말이 발전위원회이지 이는 후퇴위원회이다. 공무원연금제도를 개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무원연금의 만성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부는 골치아픈 공무원연금문제를 해결하고 국민들로부터는 지지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다른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보수를 받으면서도 연금만 바라보며 묵묵히 근무했던 공무원들에게는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기게 될 것이다. 그것도 새정부가 출범한지 겨우 2개월만에 전격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은 보수인상액이 물가인상분에 미치지 못해도 견디어 왔다. 국가경제가 어렵다는 호소에 아무런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었다. 국가공무원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최저 인상액에도 미치지 못하는 보수를 받으면서도 노후대책인 공무원연금에 거는 기대만을 가지고 버텨온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46조의 2항에서는 공무원보수결정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공무원의 보수는 일반의 표준생계비·물가수준 그 밖의 사정을 고려하여 정하되, 민간부문의 임금수준과 적절한 균형을 유지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런 원칙은 그동안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그런데 앞으로는 보수는 고사하고 그동안 공무원들의 최대희망이었던 공무원연금을 '제도발전'이라는 틀에 넣어 억지로 삭감하겠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의 적자를 오로지 공무원들에게만 전가하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매달 기여금을 꼬박꼬박 내온 공무원들로서는 기가 막힐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렇게 공무원연금이 무자비하게 삭감되는 것을 그대로 지켜 볼 수 없다. 우선 연금적자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해야 한다. 왜 기금이 고갈되어 가는 것인지 전혀 모른 상태에서는  그대로 수용할 수 없다. 고통분담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부의 고통은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것을 공무원들에게 책임 전가하는 것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다.

정식절차를 거쳐 임용된 것이 공무원들이다. 반드시 선발절차를 거쳐야만 공무원이 될 수 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국민연금과 똑같이 취급하는 것 자체가 잘못이다. 출발 자체가 다른 데 어떻게 같이 묶어 버릴 수 있는가. 더 내고 덜 받아야 한다는 논리의 근거가 무엇인가. 정부에서는 더 이상 공무원들을 기만하지 말아야 한다. 모든 연,기금의 투명성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 붙이는 연금개혁은 절대로 따를 수 없다. 모든 것을 자세히 밝힌 후 책임 소재를 확실히 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전에는 어떠한 경우라도 공무원연금개혁은 없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을 개선하기 이전에 개선해야 하는 이유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근거와 논리를 바탕으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모든 책임은 정부에서 져야 할 것이다. 더 이상 공무원연금을 흔드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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