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는대로 따른 것 뿐인데

2008.04.24 11:01:00

'서울 초등학교 16% 다음달 단기방학(mbn)', '서울시내 89개 초등학교 내달 단기방학(YTN)', '서울 초등학교 16% 다음달 4일 이상 단기방학(연합뉴스)', '단기방학 후 시험 "쉬라는 건지.." (SBS)', '누구를 위한 단기방학? (YTN)', '어느새 또 ‘단기방학’ 시즌…맞벌이 가정은 ‘괴로워’ (한겨레)'  최근에 단기방학과 관련하여 주요 언론에 올라온 기사의 타이틀이다. 단기방학을 긍정적으로 보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이 단기방학의 실시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단기방학을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대체로 두 가지이다. 하나는 단기방학으로 인해 오갈데 없는 이른바 '나홀로 학생'들이 많이 있다는 것과, 단기방학을 끝내고 바로 중간고사 시험을 보는 경우들이 많아서 학생들이 단기방학을 알차게 보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중 표면적으로 크게 부각되는 문제는 '나홀로 학생'문제이다.

그런데, 올해 1월에는 언론에 이런 내용의 기사들이 일제히 보도되었다. '2008학년도부터는 각 시,도별로 단기방학이 실시될 전망이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올해부터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해 단기방학을 시행하도록 권장함에 따라 여름과 겨울방학을 며칠씩 활용한 단기 방학 제도를 도입하도록 하였다.' 단기방학을 각 시,도별로 활성화 하도록 했던 것이다. 당시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적극적으로 단기방학을 실시하도록 권장을 했었다. 불과 3개월 전에. 

원래 단기방학이라는 용어보다는 '재량휴업'이라는 용어를 많이 사용했었다. 올해부터 명칭이 갑자기 단기방학으로 바뀌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미 지난해까지 해왔던 '재량휴업'과 같은 형태의 휴업이다. 그 재량휴업이 언론에서 일제히 '단기방학'으로 보도가 됨으로써 세간의 관심을 갖도록 한 것이다. 결국은 재량휴업이 단기방학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언론의 몰매를 맞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용어의 해석으로 볼때, 재량휴업의 경우는 1-2일로 생각하지만, 단기방학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기간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기방학도 실제로는 연휴 전, 후 1-2일을 실시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재량휴업일을 당시의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단기방학'이라는 용어를 쓰면서 권장함으로써 실제로는 지난해와 별로 달라진 것이 없음에도 언론에서는 크게 달라진 것처럼 보도를 하게 된 것이다. 마치 없었던 제도가 새로 생겨서 문제가 되는 것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이다. 학교장에게 재량휴업을 실시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학교는 상급교육행정기관의 권장사항을 따른 것 뿐인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재량휴업을 실시하는 것처럼 모든 책임이 학교에 있는 것처럼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재량휴업을 실시함으로써 언론에서 지적한 문제들이 발생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에 전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다. 학교는 상급교육행정기관의 권장사항을 따른 잘못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우기 각 시,도교육청별로 재량휴업일을 대체로 통일한 것으로 알고있다. 같은 지역에 있는 학교에서 재량휴업일이 다르면 당초에 재량휴업을 실시하고자 했던 목표달성이 어렵기 때문이다. 같은 시기에 재량휴업이 이루어져야 가족들이 함께 지낼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학교는 상급교육행정기관의 방침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학부모와 언론에서 이해를 해야 한다. 만일 재량휴업이 매우 좋은 제도라는 보도가 일제히 나갔다면 재량휴업을 실시하지 않은 학교들이 몰매를 맞았을 것이다. 결국은 내년부터 재량휴업일이 축소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가고 있지만, 실제로는 재량휴업을 실시할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현재의 재량휴업일이 축소된다는 것은 곧 해당제도의 폐지로 이어질 것이다.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맞추는 것도 상급교육행정기관의 규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학교의 잘못이라기 보다는 한치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상급교육행정기관의 오류이다. 이번의 경우도 단기방학을 실시하라고 권한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단 3개월을 내다보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이다. 언론에서도 무조건 재량휴업 자체만을 문제삼을 것이 아니라, 교육행정기관과 학교와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해야 옳다는 생각이다. 잘못된 구조를 제대로만 고친다면 지금보다 모든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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