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15일에 있었던 교육과학기술부의 학교자율화방침에 따른 후속조치로 24일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구체적으로 '학교자율화 세부추진계획’을 발표하였다. 이날 발표에서 서울시교육청은 '교육과학기술부에서 폐지하기로 한 29개 지침과 관련 19건은 즉시 폐지하고 10건은 수정·보완해 교육목적과 학생의 건강을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하여 학교 자율화 계획의 기본정신을 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의 요지를 보면, 수준별 이동수업 실시 교과를 수학·영어에서 다른 과목까지 확대하고 과목별 수준차가 아닌 총점에 의한 우열반 편성은 금지하도록 하고 있다. 획일화와 평등권의 침해 우려 때문이다. 방과 후 학교의 경우는 영리단체의 개별프로그램을 위탁하여 운영할 수 있도록 하였고, 초등학교의 교과운영도 허용하도록 하였다. 0교시 및 야간 자율학습에 대해서는 너무 이르거나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사례는 지양하면서 강제성 없는 운영에 대해서는 제재하지 않고 각 학교의 자율에 맡기며, 고등학교 사설모의고사 실시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이런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시 교육청에서 쉽게 결정내도 되는 것과 논란의 여지가 크지 않은 사항들로 이루어져 있다. 당초의 기본취지인 학교자율화와는 거리가 멀다. 여전히 인사권을 시 교육청에서 가지고 있으며, 학교교육과정 운영에 대한 자율화 역시 찾아보기 어렵다. 단순히 방과후 학교 운영에 영리단체에 대한 위탁운영 가능성이나 0교시 관련 언급이 있었으나, 학교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본다. 특히나 학교장이 할 수 있는 일은 교육감이 할수 있는 일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고 실제로 권한을 발휘할 내용이 없는 것이다.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은 철저히 규제하는 방향으로 세부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이다.
인사권과 예산권도 모두 시 교육청의 몫이다. 물론 예산의 경우는 시 교육청도 교육과학기술부로 부터 교부 받도록 되어 있지만 인사권의 대부분을 시교육청에서 가지고 있는 것은 학교자율화와 거리가 멀고 도리어 통제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의 인사권도 학교로의 권한이양은 전혀 없는 상태이다. 더우기 평소에도 교사들의 근무실적을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일선학교에 내려보낸다고 하니, 단위학교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교육과학기술부의 자율화방안이 각 시·도 교육청으로 집중되고 있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시·도 교육청(결국은 시·도 교육감)의 권한은 갈수록 강화되고, 일선학교는 갈수록 규제를 받게 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단위학교의 자율화가 이루어져야 기본적으로 교육자치가 이루어진다고 볼때, 결국은 교육자치와는 거리가 멀어져 가는 느낌을 버릴 수 없다. 학교내의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운영에 대한 구체적인 자율화 방안이 없는 부분은 더욱더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지금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규제하고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교육청은 자율화, 학교는 타율화'의 문제를 개선하기 이전에는 어떠한 형태라도 학교자율화의 길은 더욱더 멀어질 것이다. 단위학교의 구성원과 학교장을 중심으로 할 수 있는 실질적 자율화가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