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교장회의, 오후에 방안발표

2008.04.28 00:11:00

지난 24일 오후에 서울시교육청의 ‘학교자율화 세부추진계획’ 발표를 두고 일선학교에서는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많다. 세부추진계획발표를 두차례나 연기한 것이나, 발표당일 오전에 각급학교 교장회의를 열어서 의견을 청취한 것, 여기에 각급학교 교사들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은 것들이 핵심이다. 또한 단위학교에 주어진 권한은 전혀없고 시교육청의 권한만 자꾸 강화해 가는 방안을 발표한 것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세부계획을 두차례나 연기한 것에 대해, 좀더 신중하게 계획을 세우느라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그 이야기에 공감하는 교사들은 많지 않다. 더우기 발표하기 이전에 대략적인 방안이 언론등을 통해 흘러 나왔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은 이미 흘러나왔던 내용들이 그대로 발표되었다. 현재의 학교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시 교육청에서 논란이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발표를 강행한 것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기도 한다.

'학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참여가 공교육을 살리는 길이 아니고 도리어 공교육을 죽이는 일이라는 것을 왜 모르는지 알 수 없다. 학원들이 자신들의 학원을 홍보하는 자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학원강사가 학교에서 수업하면서 자신들의 학원으로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학생들이 학원을 더욱더 신뢰하도록 방치하게 될 것이다. 일선학교 교원들에게 방과후 학교를 학원이상으로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묻지도 않고 학원의 학교진입을 허용한 것은 시 교육청에서 마저도 교사들을 믿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오전에 교장회의를 하고 오후에 방안을 발표하는 것은 일선학교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나 다를바 없다. 의견을 듣는 척하는 것이다. 더우기 일선학교에는 교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학교가 교장의 학교인가. 최소한의 인원이라도 교사들의 의견을 들었어야 한다. 일선학교에는 교장, 교감보다 교사가 훨씬 더 많다. 학교 교육활동은 대부분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을 왜 모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단위학교에는 아무런 권한이 없다. 교육과정운영등에서 기존보다 더욱더 강화된 규제를 받아야 할 것이다. 교육감의 권한만 강화하고 일선학교로의 권한이양은 전혀없다. 결국 일선학교는 지속적으로 타율에 의한 통제를 받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단위학교 교원들에게 충분한 권한을 부여해야 옳다.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라는 것은 자율화와 거리가 멀다. 이번 방안의 상당부분은 학교에 주어야 할 권한이다.'

몇가지 사항을 이야기 했지만 결국 교원들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이다. 어느 교사의 이야기대로 일선학교 교육과정이 대부분 교사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인데도, 마치 시 교육청에서 할 수 있는 것처럼 규제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다. 일선학교에 충분한 권한을 넘겨 주어야 함은 물론, 오전에 교장회의하고 오후에 방안발표하는 식의 의견청취는 의미가 없다. 더 많은 교원과 학생, 학부모들의 의견을 청취하여 제대로된 방안을 찾길 바랄 뿐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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