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이 되면 학교는 제자들의 방문으로 하루종일 난리를 치른다. 어쩌면 이런것이 교사를 하는 즐거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요즈음에는 스승의 날에 기념식도 하지않고 조용히 보내는 학교들이 많다. 기념식을 하면 기념식을 한다고 언론에서 뭐라고 할 것이고, 휴업하면 휴업한다고 난리를 치니 어쩔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유로 스승의 날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우리학교(서울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도 예외는 아니어서, 별다른 행사없이 하루를 보냈다. 나름대로 선생님들에게 꽃을 달아주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많이 접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나름대로 의미있는 과정을 거쳤기에 소개하고자 한다. 아침에 스승의날 기념 교원표창장 전수를 위해 전체 교원이 교무실에 모였다. 그냥 표창장 전수가 목적이려니 했다. 예정대로 표창장전수식을 간단히 했다. 그 이후에 교장선생님이 스승의날을 기념하는 말씀을 시작하셨다. '오늘 우리들의 날이지만 평소와 다름없이 같은 일상이 시작되었네요. 우리학교 선생님 곁에 있을 수 있어서 고맙고 잘해드리지 못해 미안하고, 그래도 내 사랑을 전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선생님 모두 사랑합니다. 힘내세요!'
이어서 '스승의날을 맞이하여 제가 간단한 선물을 준비했습니다. 선생님들께 꽃과 떡을 준비했습니다. 각부 부장선생님들 나오셔서 부서 선생님들께 전달해 주십시오. 아주 약소합니다. 떡 맛있게 드시고, 꽃향기 맡으시면서 오늘하루 마음편히 즐겁게 지내십시오. 여러 선생님들 모두 사랑합니다. 정말로 사랑합니다.'라는 말씀을 하시고 자리에 앉으셨다. '어허 이것참 교장선생님이 제자가 되셨네, 교직생활하면서 교장선생님이 꽃 선물주시고 떡 선물 주시는것 처음경험했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과 가장 아름다운 꽃을 선물로 받았네' 교무실에 있던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가져온 떡을 만져 보았다. 아직 온기가 많이 남아있었다. 갑작스런 떡파티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선생님들이 보관했던 음료수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음료의 종류가 다양해서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어떤 제자가 전달해 준 선물보다 소중한 선물이었다.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떡으로 기쁨을 만끽하면서 수업을 들어갔다. 그렇게 스승의날은 시작되었고, 가벼운 마음으로 끝이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떡과 꽃 모두 교장선생님 사비로 마련하셨다고 한다. 우리 교장선생님은 정말로 교직원 모두를 사랑하시는 것 같다. 올해 스승의 날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제자같은 교장선생님이 계셨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