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이 필요할 때
미국 뉴욕시에서는 1980년대 연간 60만 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였으나, 1990년대에는 급속하게 범죄사건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이는 신임 교통국장으로 부임해 온 데이빗 칸의 놀라운 지도력에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신임 교통국 국장 데이빗 칸은 부임하자마자 지하철 역사와 주변의 낙서를 지우고 청소하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지하철의 범죄사건이 75%나 줄어들었다고 한다. 데이빗 칸은 환경이 흐트러지게 되면 기운이 흐트러지고 이렇게 되면 공명(共鳴) 현상을 일으켜 범죄행위를 적극적으로 유발하게 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디즈니랜드에는 카스토디알(Custodial)이라고 하는 청소 스태프가 600명이나 있다고 한다. 그들의 임무는 각자 맡은 구역을 15분 간격으로 돌면서 깨끗한 공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쓰레기는 또 다른 쓰레기 이상의 부정적 결과를 양산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이를 중요한 일로 생각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이라고 한다. 곧 ‘공간과 상황을 깨끗이 정리하고 정화시키는 것’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급속한 속도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변화의 문제점 또한 적지 않았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 동안 발 빠르게 적응하여 IT강국이 된 것을 자랑하고 있었을 뿐, 이것이 불러올 부작용과 위험에 대해서는 너무나 안이했다. 지식과 정보를 쉽게 얻고 공유함으로써 신속한 처리를 가져왔지만, 불필요하고 왜곡된 정보가 무분별하게 파급됨으로써 정서적 빈곤을 초래하기도 하였다. 며칠 전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도 그 중의 하나이다.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돋아난 향락 산업이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고, 포털 사이트와 게임산업을 통해 침입한 퇴폐적, 향락적 풍조는 그와 같은 사건을 만들어낸 직접적 원인이다. 그 결과 우리는 피나는 노력으로 얻은 IT강국이라는 명성이 한갓 쓰레기를 퍼 나르는 능력 정도로 폄하되는 수모를 겪어야만 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106 분이고, TV 이용 시간은 62분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이 시간 동안 선정적, 퇴폐적, 폭력적 장면을 접하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상상해 보면 두렵다.
그것뿐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환경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시민의 휴식 공간이라고 하는 공원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저 시골 마을 앞 시원한 정자나무 그늘도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학교 환경은 어떠한가. 교실에는 책·걸상이 혼란스럽게 놓여 있고, 교실 바닥에 휴지가 뒹굴고 있다고 한다. 학교 앞 슈퍼에는 유해음식이 버젓이 놓여 있고, 문방구에는 폭력을 유인하는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교육적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다고 한들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고로 바르게 살아가기란 어려울 것이다.
그야말로 대대적인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이 필요한 시대이다. 우리 아이들이 맑은 영혼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생활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우리의 교육환경을 쾌적하게 바꾸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아이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환경 또한 바꿔 주어야 한다. 단지, 아이들을 인터넷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 단견에 불과하다. 그 내용물에 대한 정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현장에서는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의 교육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최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는 것에 대하여 많은 학부모들이 못마땅해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의 교육적 의미가 무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명박 출범과 함께 학교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학교자율화 계획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있으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데이빗 칸의 신념과 카스토디알(Custodial)의 실행을 교육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