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학교의 교육환경을 두고 '21세기 학생들이 20세기의 교실에서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환경이 많이 개선되어 그런 이야기가 별로 설득력이 없다. 교실의 책상이 교체되었고, 각 학교의 냉,난방 시설이 설치되고 있다. 오래된 학교들은 리모델링이나 재건축으로 산뜻하게 새로 단장되기도 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정수기도 대부분의 학교에 설치되어있다.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아직도 개선해야 할 환경들이 곳곳에 남아있긴 하다. 그래도 수년전에 비해서는 여건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에 공감하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수년전이 아니라 10년 이상이 지나도 전혀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물론 교육적인 목적으로 볼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목적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것은 변해가는데 변함없이 유지되는 것이 무조건 타당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매년 5-6월이 되면 호국 보훈의 달과 관련된 행사들을 각 학교에서 실시하게 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메뉴가 벌써 십수년전부터 지속되어 왔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와 미래와 관련된 포스터 그리기대회, 산문, 운문쓰기대회, 나의주장발표대회 등을 이야기 하는 것이다.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교사들이라면 '아, 그거'하고 금새 무릎을 칠 것이다. 필자가 처음에 교직에 들어왔을때도 있었던 행사이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건만 전혀 변함이 없는 것이다.
학교마다 자체행사는 나름대로 여러가지를 새로 개발하여 실시하는 추세지만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각종대회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변화와 혁신'을 강조하는 시대에 전혀 변화가 없이 해마다 똑같은 메뉴로 같은 행사를 진행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생각해 보자는 이야기이다. 교육을 어떤 부분에 집중적으로 중요성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행사내용에도 변화를 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이다. 다른 행사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특히 각종 행사에서 여러가지 새로운 종목을 개발하여 실시하고자 해도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대회가 매년 똑같기 때문에 그 종목은 반드시 실시하여 학교대표를 선발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학교에서 새롭게 시도하려 해도 당장 눈앞에 다가온 대회 때문에 변화를 주기 어렵다는 이야기이다.
교육적으로 볼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좀더 새로운 행사를 열어가면 어떨까 싶다는 생각이다. 교육적으로 볼때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 목적을 가지고 계속되는 행사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대회나 전국대회 등을 좀더 현실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단순하게 매년 반복되는 행사에서 교육적인 효과를 어느 정도 거두고 있는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러한 일련의 검토를 위해서는 교육과학기술부 차원에서 나서는 것이 적절하다는 생각이다. 전국적으로 실시하는 대회에 변화를 주어야만이 각 시,도교육청과 일선학교에서 동반하여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