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뉴스의 ‘점심시간, 근무시간 시비’를 보며
세상사가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디 있을까마는 선생노릇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때부터인가 망가져버린 선생님의 위상을 생각하면 속이 뒤집힌다. 지난 스승의 날 초임지에서 가르쳤던 제자들과 저녁을 먹으며 나눈 이야기 떠오른다.
“요즈음, 선생님들 너무 고생이 많은 것 같아요!”
“그래, 정말 힘들어. 요즘 선생들은 동네북이야. 여기저기서 두들겨 맞느라고 정신없지.”
언제부터인가 선생님들이 입에 달고 사는 넋두리이다. 자율화와 정보화는 우리 아이들을 훨씬 똑똑하고 영악하게 만들어 버렸다. 그뿐이 아니다. 부모가 못 가르친 자식, 선생님이 가르친다는 말은 옛말이 되어버렸다. 교육열은 높으나 철저하게 자기 자녀 중심의 이기적 사고가 만연되어 있다. 그런가 하면 선생님보다 뛰어난 교육적 마인드와 철학을 가진 학부모도 있다. 내가 초임지에서 누렸던 호랑이 선생으로서의 전권은 이제 이 땅의 어떤 선생님에게도 없는 것 같다.
그 동안 진행해 온 교원개혁 중심의 교육개혁은 교사의 사기를 크게 저하시키고 말았다. 임용고사의 높은 경쟁률에도 불구하고 만족도가 그리 높지 않은 직업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교사가 소신을 가지고 지도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우리 선생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물론 이중에는 우리가 자초한 것도 있으나 의도적으로 왜곡되거나 확대한 것도 상당히 있다. 언론과 합작하여 촌지나 챙기는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어 신뢰를 잃어버렸고, 정년이 3년이나 덜컥 잘리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교원의 능력과 자질이 왜곡되어 교장공모제가 도입되고 있다. 지금도 교원의 앞길은 첩첩산중이다.
며칠 전에는 노컷뉴스에는 일반 공무원과 달리 교사들은 점심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어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CBS 사회부 조기호/김세훈 기자는 급식지도를 하기 위해서 만든 제도가 잘못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지적하고 있다. 40만 교원 중 담임을 맡지 않은 24만 교원에게도 똑 같이 적용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뿐이 아니다. 다른 직종에 비해 한 시간 더 초과근무를 할 수 있는 특혜(?)까지 자세히 짚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선생을 이처럼 못마땅하게 보고 있는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정말 선생하기 너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들이 점심시간에 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쓴 기사인지 묻고 싶다. 선생들이 점심시간을 거저먹고 있다는 지적은 너무나 억울하고 분하다.
내가 근무했던 학교는 교장 선생님부터 행정실 직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출동하여 식사 지도는 물론이고 식사도우미로 활동하고 있다. 아마 그 학교는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을 것이다. 도시지역의 큰 학교에서는 선생들이 식사지도를 하지 않으면 오후 일과를 제대로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고등학교의 점심시간에는 식사지도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질문하러 온 아이들에 대한 안내와 지도도 한다. 또한 학교 교실 복도, 운동장을 돌며 생활지도 및 안전지도를 하기도 하고 때로는 몇몇 일탈학생들 때문에 학교 밖으로 나가 순찰을 돌기도 한다.
이것은 점심시간이 유급이냐 무급이냐를 떠나서 어떤 학교든지 어떤 선생이든 다 하는 일이다.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이런 활동에 참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를 일반화시켜 유급이 옳으냐, 그르냐는 식의 흑백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더구나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놓고 선생의 사기를 꺾는 일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더더욱 선생들의 조기 출근에는 그토록 무관심하면서 유독 점심시간만을 가지고 시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초·중학교는 8시를 전후에 출근, 최소 30분에서 1시간 먼저 출근하고 있는 상황이다. 왜 이런 상황에는 관심이 없는지 묻고 싶다.
남을 비방하거나 깎아내리는 말은 흉기나 다름없다. 특히 균형 감각을 잃어버린 말은 많은 사람을 절망하게 하고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우리 교육을 위해서 정작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성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로부터 불신을 받는 교사는 학생들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며, 신뢰를 잃어버린 교사 또한 높은 책무성이나 자신감을 가지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지 못할 것이다.
이 땅의 선생들을 ‘열정 넘치는, 그리고 참된 선생님’으로 만들기 위해서 는 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 학생에게 두들겨 맞는 교사, 심지어는 학부모 폭력에 시달리는 교사, 언론에 시도 때도 없이 매도당하는 일이 있는 한 교육은 제자리에 설 수가 없다. 소신과 열정을 가진 교사까지 절망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