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생 후반기의 소중한 동반자, ‘학급 홈페이지’

2008.05.29 11:25:00


「오늘 과학의 날에 즈음 하여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를 하였는데 미래 과학을 열어갈 우리 반 꿈동이들은 열심히 그림을 그렸습니다. 이소연 우주인이 우주에 가 있는 기간에 가진 행사라서 더욱 뜻 깊었던 오늘이었습니다. 우리학급 홈페이지 자료실 ‘나는 달라요’ 코너에 들어가서 과학 상상 그리기 작품을 사진으로 찍은 것 확인하세요. 그리고 선생님은 우리 반 최우수 작품으로 어느 그림을 선택하였을까 맞춰 보세요.」

지난 4월 10일 과학 상상 그리기 대회를 마치고 학급 홈페이지에 38명의 작품과 함께 올렸던 글이다. 다음 날 자료실 ‘나는 달라요’ 코너에 들어가 보니 학부모님과 아이들의 덧 글이 올라와 있다. ‘선생님, 저의 작품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는 시간이 부족했는지 바탕색을 칠하지 않았네요.’, ‘모두들 정말 잘 그렸네요. 짝! 짝! 짝!’, ‘여자 어린이들이 색깔을 다양하게 잘 칠했네요.’, ‘우주선을 멋있고 크게 잘 그렸네요.’ 등 아이들의 작품 평가는 자료실에서 다 이루어지고 있었다.

게시판의 학부모님 광장에는 1학년 아이를 처음 학교에 입학시키고 학교생활을 잘 하고 있는지에 대한 걱정과 교사에 대한 질문의 글들이 올라오는 데 담임으로서 곤란한 글도 만만찮다. ‘꼭두각시 무용 짝이 아이를 괴롭히고 무용을 제대로 하지 않아 재미없어 하니 짝을 바꾸어 주세요’, ‘선생님이 주시는 상장을 우리아이도 받는 기회를 주세요.’, ‘집에서 의자에 앉는 자세가 나쁜데 학교에서도 그렇게 앉는지 궁금하니 답변을 주세요.’, ‘선생님이 사진 찍어 올린 것 중에 우리 아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는 내용 등이다. 일일이 답 글을 다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짧은 글 안에 납득이 가도록 쓰기란 쉽지 않다.

올해로 적극적인 학급 홈페이지 운영이 5년째이다. 지난 5년간 나의 학급 운영의 역사는 사라지지 않고 고스란히 온라인상에 보관되어 있다.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역사이다. 과거에 담임하였던 제자들과 학부모들도 고향처럼 들르거나 글도 남길 수 있다. 학급 홈페이지 운영 첫 해, 2학년을 담임했는데도 불구하고 초, 중, 고 합하여 학급 홈페이지 우수 경영 전국 20위 안에 드는 기쁨을 누렸다. 당시 초등은 4학교였다. 주로 기본생활습관 지도에 관한 것, 또 수업시간에 있었던 수업내용과 아이들의 활동에 관한 것을 거의 매일 사진과 글을 적어 홈페이지에 올렸다. 학부모님들께서도 가끔 아이들의 체험학습 사진과 가족과 놀러 간 곳의 자연환경 등을 올려놓아서 수업시간에 자료로 쓰는 등 학급홈페이지를 최대한 이용하였다.

다음해 1년 동안 학급홈페이지에 교육적인 글을 쓰면서 쌓았던 노하우를 살려 모 교육신문 e-리포터로 지원을 하였다. 우리 학급 경영에 관한 일은 곧 교육현장과 직결되었다. 사소한 것부터 굵직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모두 나의 교육 리포트의 소재가 되었고 카메라와 수첩이 항상 소지된 나는 학급의 일은 물론 학교 행사나 교육청 출장을 갔을 때, 또 동네 주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교육적인 사건의 최 일선에 서 있곤 하였다. 학급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을 글 읽는 대상에 맞게 잘 다듬어 온라인으로 올린 글은 덧 글을 통해 어려웠던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도 하였고 격려의 글을 읽고 다시 힘을 얻기도 하였다. 또 오프라인으로 각종 교육 정보지와 교육신문, 어린이신문, 교육월간지 등에 게재되어 기사를 통하여 많은 전국에 있는 교사들이나 학부모 또 교육에 관심이 많은 분들과 함께 교육적인 문제를 고민하기도 하고 또 좋은 소식으로 기쁨을 나누기도 하였다.

우리학급 홈페이지에는 늘 생생한 글과 사진이 준비되어 있어서 현장감을 더해 준다.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당일 있었던 일을 올리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혜의 글을 잘 외웠거나 발표를 잘 한 어린이들, 배운 노래와 율동을 잘 하였거나 당번활동을 잘 한 어린이들의 담임 상장을 파일로 올리고 다음날 담임 상장을 준다.

주간학습안내를 통해 학교에서 어떤 학습과 행사가 있었던 것을 알고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학교에서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는지 궁금해 하기 때문에 체육대회나 현장학습, 과학상상 그리기 대회, 독후화그리기 대회, 학교폭력예방 그리기대회, 입학하여 처음 도시락 싸오는 날 등의 학부모들의 관심이 지대한 일은 당일 있었던 교사의 생각이나 느낌을 글로 적고 사진으로 올린다.

그리기 대회일 경우 아이들의 작품을 사진으로 올리고 그 중 입상작품은 칭찬 작품 코너에 올려 투명성도 기하고 있다. 1학년 어린이들은 모두가 자신이 달리기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는 터여서 교사의 공정하고 투명한 청백계주 선수 선발을 위하여 선발과정을 사진으로 찍어 학급 홈페이지에 올렸다. 그래도 한 아이가 계속 자신이 계주 선수라고 주장하여 사진으로 장면 하나하나를 보여주고 납득을 시켰던 일화도 있다.

학급홈페이지를 운영하며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학급의 모든 상황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고 또 자유롭게 글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교사로서 부담도 크다. 또 담임의 입장과 학부모님들의 입장이 다를 수도 있으며 저학년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아이들의 생각보다는 학부모들의 생각이 앞설 수도 있다. 그 뿐인가? 대부분의 학부모들이 학급 홈페이지를 방문하지만 교사의 의견에 대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덧 글이나 답변을 남기는 분들도 있으나 이쪽도 저쪽도 아닌 입장에서 바라보고만 있는 분들도 있다. 한 줄의 간단한 격려의 말이 담임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아는 학부모들은 얼마나 될까?

지난 3월 학급홈페이지를 통하여 담임이 공개사과 하는 일이 발생하였다. 생일잔치가 우리 반 특색이라고 운영방법에 대해 미리 학급홈페이지를 통해 자세히 공지하였고 3월이 생일인 어린이들에게 친구들은 e-카드를 보내었다. 그리고 자료실에 생일잔치 코너를 만들어 생일잔치를 한 후 결과를 사진으로 올렸고 게시판에 생일당사자들은 연필 한 자루나 공책 한 권 정도이지만 선물을 정성껏 마련해 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글을 남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반 친구들은 당일 친구의 생일잔치를 한 느낌을 게시판에 올렸다.
 
그런데 이게 웬일? 3월 생일잔치에 한 명을 빠뜨린 것이다. 그 아이는 1학년에 입학하여 담임선생님에게 “3월 생일에 저도 들어가요.”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학급 홈페이지에 늘 들어오시는 학부모님도 여러 번 공지가 나간 것을 보면서 ‘우리아이가 3월 생일에 왜 빠졌을까?’생각은 해도 선뜻 글을 올리거나 전화를 하기가 어려웠으리라. 환경정리를 마무리하며 나무에 3월생일 꽃을 달기 위해 컴퓨터로 이름을 쓰다가 한 명의 어린이가 더 있는 발견했을 때는 이미 3월 생일잔치가 끝난 뒤였다. 아무리 자신을 탓해도 씻을 수 없는 일이었다. 발견 즉시 바로 학급 홈페이지에 담임의 공개사과의 글을 올렸고 토론방을 만들어 지수의 생일잔치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의견을 물어 문제를 해결하기도 하였다.

학급 홈페이지 운영을 하며 담임교사로서 일 년 중 가장 보람 있는 일은 학년말 CD를 제작하여 아이들에게 배부하는 일이다. 평상시에 아이들이 썼던 글은 파워포인트로 작성하여 자료로 모아두지만 학급홈페이지의 사진을 종류별로 다시 묶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린다. 자료는 궁핍하지 않으나 항상 기술이 문제인 것이다. 컴퓨터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아 CD로 제작하는데 항상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 일만은 그만둘 수 없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4년째 실시해 오고 있다.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에는 담임선생님 일기, 학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워드로 작성하여 아이들과 학부모님들과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학급경영을 해 왔지만 지금은 학급홈페이지가 나의 교육인생 후반기의 동반자가 되어 또 하나의 역사를 이루어 가고 있다. 20평 작은 공간의 교실에서 생겨났던 많은 일들은 결코 잊혀 지지 않고 모두 기록으로 남아서 그 언젠가 교육인생을 되돌아보는 시절이 있을 때 눈물짓고 웃음 짓게 할 것이다.
이은실 가능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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