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전에 발생했던 일이다. 학교에서 발생한 사소한 문제를 가지고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했다. 학교에서는 규정에 따라 적절히 처리했으나, 학부모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에서는 또다시 문제를 검토했으나 규정대로 처리하는 것으로 마무리를 했다. 그러나 학부모는 여기에 불만을 품고 지역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담당 장학사는 문제를 다시 학교에 떠넘겼다. 학교에서는 두 차례나 규정에 어긋나지 않게 문제를 처리했기에 더 이상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학교에서는 해당학부모와 여러번의 면담을 거쳤으나 해결되지 않았고, 결국은 교육청에서 해당학교의 교장과 교감 및 담임교사에게 징계를 내렸다. 그래도 학부모가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하여 그 이후에도 상당기간 문제가 지속되었고 법정까지 가서야 해결이 되었다. 물론 학부모가 패소했다. 학교의 잘못을 법정에서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내려진 징계는 철회되지 않았고 교장, 교감 및 담임교사는 수년동안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해당사안을 담당했던 담당장학사는 교감으로 승진을 했고,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다. 학교의 교원들만 징계를 받은 것이다. 물론 직접 당사자가 징계를 받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법정에서마저도 학교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은 사안인데도 학부모의 징계요구가 있었다고 해서 징계를 내린 것이다. 사안이 마무리 되지 않았음에도 내려진 징계가 옳았느냐와 지역교육청은 관할지역의 학교를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하면 지역교육청은 징계를 내리는 입장이되고 학교는 징계를 받는 입장이 되는 것은 분명 잘못되었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현상은 지금도 보이지 않게 간혹 일어나고 있다. 학교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학부모의 민원이 교육청에 제기되었다면 그 사안은 100이면 100 모두 다시 학교로 내려온다. 학교로 내려오지 않더라도 학교측에 모든 것을 책임지도록 밀어 붙인다. 그 와중에 학교의 잘못이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의 유,무를 떠나 최종 책임은 학교에서 질수 밖에 없도록 한다. 물론 책임을 져야 하는 곳이 학교인 것은 옳다. 그러나 학교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교육청의 책임은 전혀 없느냐는 것이다. 교육청의 책임이 전혀없고 도리어 학교에 징계만을 내리는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이다.
학교에서 발생한 민원사항을 적절하게 처리했음에도 교육청까지 민원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해당학교 교원에게 무조건 징계를 내리는 관행은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 처리과정에서 결정적인 오류를 범했다면 당연히 징계를 받아야 하겠지만, 규정에 따라 적절히 처리했음에도 위의 예처럼 단순히 학부모가 만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한 것이다. 더욱이 현재의 학교구조는 학교장에게 모든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다. 권한은 없고 책임만 있는 것이 현재의 교육구조가 아닌가. 그럼에도 학교장에게는 중징계를 내리고 교육청에서 해당 사안을 담당한 담당장학사는 아무문제없이 승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라는 것이다.
학교를 관리, 감독하고 장학을 해야 하는 것이 교육청에서 할 일이다. 학교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1차적으로 학교의 책임임에 틀림이 없지만, 권한도 없는 학교에서 현재의 규정대로 처리했다면 그것이 징계의 사유가 되는지는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할 문제이다. 무조건 학교를 최하위 교육행정기관으로 오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학교와 교육청이 함께 책임지는 풍토가 아쉽다. 전문직이 학교장이나 교감보다 한참 위에 있다는 풍토는 하루빨리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