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학교는 대책이 없는가.

2008.06.02 11:24:00

자고나면 천정부지로 오르는 유가때문에 사회 각 분야에서 몸살을 앓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값이 40%이상 올랐다. 500원하던 아이스크림이 일제히 7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아이스크림도 제대로 즐기지 못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제는 500원짜리 아이스크림은 영영 찾아보기 힘들 것 같다. 가장 싼 것이 500원이었기에 서글픈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접어들면서 물가는 자꾸 오르고, 제자들이 찾아와도 자장면 한그릇 편하게 즐기지 못할 형편이다.

그래도 학교교육은 멈추지 말고 지속되어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어려워도 국가 경쟁력이 교육에 있다는 진리는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교육이 위기에 처하면 안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어쩔수 없는 것 같다. 요즈음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 교장, 이선희)는 냉,난방 공사가 한창이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이전에 마무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공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과중에는 학생들이 수업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방과후와 아침 일찍 공사가 진행된다. 그러니 예정보다 더디게 진행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렇게 냉, 난방공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올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는 교사들은 아무도 없다. 도리어 요즘처럼 고유가 시대에 시원하게 에어켠을 틀을 수 있을지에 대한 염려가 앞서기 때문이다. 공사가 처음으로 시작되었을 때만 하더라도 희망에 부풀어 있었지만 지금은 도리어 그 희망이 절망으로 빠져들고 있다. 아무것도 모르고 '에어컨 언제부터 틀어주나요'라고 자꾸 묻는 학생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기상청은 올여름도 평년 못지않은 무더위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에 대비해 올해 1623억원을 들여 504개 초ㆍ중ㆍ고교에 냉ㆍ난방기를 설치할 계획이거나 설치중에 있다. 그러나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학교는 냉방기를 켤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공공인상 요금에 따른 운영비를 보전하기 위해 서울 시내 초ㆍ중ㆍ고교에 평균 700만원씩 총 80억여 원을 지원할 계획을 세웠으나 턱없이 부족한 액수다. 학교에서 사용되는 전기요금이 대폭 인하되지 않는다면 냉방기 설치가 결국은 그림의 떡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국가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상황에서 학교만의 특수상황을 인정해 달라고 계속 매달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이참에 도리어 학교도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이다. 즉 교실에 학생들이 없을 경우(특별실로 이동한 경우)나 낮에는 복도 등의 전등을 소등하는 작은 실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업중에 교실의 조명도 가급적 소등하면 자연스럽게 에너지 절약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그동안 모든 학교에서 잘 해오던 방법이기 때문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다. 더 큰 방안을 찾는 것이 어떨까 싶다.

만일 학교에서 냉방기 작동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학생들의 교복을 자율화하면 어떨까 싶다. 현재의 긴 바지보다는 반바지(물론 일정한 규제는 필요하겠지만)를 입도록 하는 등의 방안을 찾아서, 가급적 조금이라도 더 시원한 옷을 입도록 하자는 것이다. 여름의 무더위 만이라도 이겨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얼마의 절약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학교 나름대로 실천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지 않을가 싶다. 물론 여기에는 학부모와 언론들의 협조가 있어야 하겠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더 나아가서는 한시적으로라도 주 5일 수업제를 모두 실시하자는 것이다. 학생들이 토요일에 학교에 나오지 않으면 학교의 에너지 절약효과가 매우 클 것이다. 전등, 냉방기, 선풍기 등을 켜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음으로써 자동차의 연료비 절감 효과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전기요금도 절약할수 있을 것이다. 이참에 전면적인 주 5일 수업제를 실시하면 좋겠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무더운 여름만이라도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나중에 사정이 좀 좋아지면 다시 환원하면 될 것이다.

고유가 시대에 물가도 오르고, 국제 원자재 값이 오르다보니 다소 엉뚱하지만 나름대로 생각해본 것이다. 앞으로 사정이 더 악화된다면 검토를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올 수도 있다. 어쨌든 학교에서도 나름대로 고유가 시대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여 실천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 더워지는 앞으로의 학교가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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