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논란이 식지않은 방과후 학교, 그러나 일선학교에서는 어떤 방법으로든지 방과후 학교를 나름대로 잘 운영하고 있다. 어느정도 자리가 잡혔다는 느낌이다. 물론 이렇게 되기 까지는 학교의 적극적인 동참이라기 보다는 정책당국의 반 강제적인 권장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순수하게 학교에서 자발적으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렇지만 외형적으로는 잘 되고 있는 학교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방과후학교운영 프로그램에 영리단체도 참여할 수 있도록 조치가 취해 졌지만, 모든 프로그램을 영리단체에 위탁하는 것은 금지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영리단체의 방과후 학교 참여는 계속해서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이 참여하면 그 여파가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어쩌면 자신들이 속한 학원을 홍보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부작용이 예측되기 때문에 방과후 학교를 순수하게 학교구성원들이 해결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칠 수 있는 것이다. 해당학교 교사들이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외부의 영리단체참여에 맞서 우선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생각이다. 영리단체의 학교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생각이 실천으로 옮기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학교내에는 여러 곳에 도사리고 있다. 해당학교 교사가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방과후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된다. 담임반의 종례와 청소를 마치고 그날 처리해야 할 업무를 모두 마감한 후 강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 전의 일이지만 필자도 방과후 학교에서 강사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근무교에서 한 적도 있고, 외부의 다른 학교 강사로 참여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그 참여가 오래가지 못했다. 학생들을 잘못 지도했기 때문이 아니고, 다른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강의 도중에 갑작스런 담임회의 소집, 갑작스런 위원회 소집, 갑작스런 보고공문의 도착 등 불가피한 일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강의에 충실해야 하지만 이럴 경우 강의를 잠깐 중단해야 한다. 어떤 경우는 잠깐으로 끝나지 못하고 해당 강의를 다음으로 미룰수 밖에 없는 경우까지 발생하게 된다. 외부학교에 강의를 나가도 마찬가지이다. 학교의 학사일정과 겹치는 부분이 자주 발생하고, 갑작스럽게 회의를 해야 할 경우, 해당일에 꼭 가야만 하는 출장들 때문이었다. 결국 약속된 시간을 억지로 채우긴 했지만 고생이 너무 심했었다.
이런 사정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공문을 줄인다거나 갑작스런 보고공문을 생산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어왔다. 그러나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시간을 다투는 일들이 자주 발생하곤 한다. 강의 도중 이라도 어쩔수 없이 강의를 잠시 중단하는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결국 해당학교 교사들이 방과후 학교 강의를 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마는 것이다. 외부강사들이 강의 도중에 강의를 중단하고 뛰어나와야 하는 일은 발생하지 않는다. 해당학교 교사이기 때문에 겪는 어려움인 것이다.
따라서 외부의 영리업체들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지 않도록 해당학교 교사들이 직접 방과후 학교의 강의를 진행 할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런 부분들이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 즉 공문서 줄이기와 각종위원회의 정비가 필요하다. 참여정부에서는 위원회의 천국이라고 했었다. 학교는 더욱더(비율로 볼때)위원회가 많다. 무엇인가 추진할려면 위원회를 구성해야 하도록 지침을 내린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하라는 것까지 자세히 알려주고 있다.
학교의 위원회를 대폭 줄이거나 통 폐합해야 한다. 방과후 학교에 참여하는 교사가 마음편히 강의를 할 수 있는 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 강의를 잠깐 중단했다가 다시 이어서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조금이라도 중단이 되면 강의의 리듬이 께지게 된다. 그 리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강의담당교사들이 편안히 강의에만 전념할 수 있는 여건조성이 되어야 한다. 여건만 잘 갖춘다면 사교육을 공교육이 흡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학교의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 학원의 그 무엇보다 비교할 수 없도록 충분한 여건을 개선 한 후 교사들을 설득하는 지혜를 발휘할 때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