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속도가 아니고 방향이다

2008.06.08 09:01:00

어제부터 연일 교육은 속도가 아닌데 교육은 방향인데 하는 생각에 빠집니다. 방향을 잃으면 속도는 아무 소용이 없는데 하는 생각 속에 잠깁니다. 오늘 일찍 눈을 뜬 후에도 교육은 속도가 아닌데 방향인데 하는 생각 속에 깊이 빠집니다.

지금은 교육에 대해 속도를 낼 게 아니라 속도를 늦춰야 하는데 하는 생각이 계속 머리를 누릅니다.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를 검토해 보아야 하는데 하면서 혼자서 중얼거립니다. 무언가 터뜨릴 것 같은 불안감이 생깁니다. 지금은 잠시 멈추어 생각을 해야 할 때인데도 오히려 속도를 더 내려고 합니다.

에라 모르겠다. 더 밟아보자 합니다. 그러면 어떻게 됩니까? 진땀을 흘리며 한참 밟고서는 후회를 합니다. 그게 아니구나, 방향이 틀렸구나, 사고 날 뻔 했구나. 잠시 속도를 줄여 다시 생각해 봐야 겠다 하지 않습니까?  잠시 멈춰 다시 검토해 봐야 할 것 아닙니까?

그러기 전에 다시 잠시 멈추어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 방향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과정이 옳은지 그른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교육정책의 방향에 대한 여론수렴이 바로 된 것인지 아닌지, 나아가고자 하는 교육정책에 대해 대다수가 동의를 하고 있는지 아닌지...

계속 ‘이건 아니야’라는 소리가 나고 있는데도 속도를 낸다면 어떻게 됩니까? 계속 차 안에서 차의 이상이 있다는 경고의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도 무시하고 달리면 어떻게 됩니까? 자기만 다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달리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피해를 줄 것 아닙니까? 다른 사람을 다치게 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정상적인 속도로 달릴 수 있는데도 달리지 못하도록 방해를 놓게 될 것 아닙니까?

지금은 곳곳에서 계속 경고 사인을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영어교육활성화, 학교교육의 자율화, 지역교육청의 지원센터로의 전환 등등 교육정책마다 많은 문제가 있다고 곳곳에서 경고음을 울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잠시 멈춰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속도를 줄여 방향을 다시 점검해야 합니다.

모든 분야가 그렇습니다만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서둘러서도 안 됩니다. 속도를 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곳곳에서 경고음이 울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무엇인가 생각대로 잘 되지 않을 때는 잠시 멈추어 생각해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방향에 대한 점검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속도만 내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얻는 것이 없다고 조급해서는 안 됩니다. 자꾸만 멈추라고 사인을 보내는데도 계속 속도를 더 내려고만 하면 어찌 됩니까? 사고 냅니다. 대형사고 냅니다. 함께 달리는 분들에게 피해를 줍니다. 상처를 줍니다. 불구를 만듭니다.

속도, 속도 좋아해서는 안 됩니다. 속도는 방향이 옳을 때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속도는 아무런 경고음이 울리지 않을 때 속도를 냅니다. 아무리 방향이 옳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과속을 해서도 안 됩니다. 빠른 속도는 금물입니다.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메라가 감시하고 있지 않습니까? 속도를 줄이라고 말입니다.

그런데도 계속해서 교육정책에 대한 속도를 냅니다. 빠른 속도를 냅니다. 카메라가 지켜보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영어교육활성화 때문에 다른 예산 긴축해서는 안 됩니다. 하나 얻고 열 잃으면 됩니까? 기존 교육예산을 줄여서 영어교육활성화에 투자하려고 하는 것은 영어교육의 활성화는 이루어질지 몰라도 모든 교육이 긴축재정으로 정상적인 교육이 되겠습니까?

학교교육의 자율화에 대한 것도 역시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여론 수렴의 과정을 거치면 어떨까요? 지역교육청의 전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우 신중해야 합니다. 신중, 신중, 신중해야 옳은 방향이 나옵니다. 속도를 조절해야 합니다. 무엇이 문제인지 많은 분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합니다. 소외되는 분이 없어야 합니다. 그래야 바른 방향이 나옵니다. 무리하게 속도를 내지 말았으면 합니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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