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혼선을 빚던 교육정책들이 새 정부 들어서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영어몰입교육이 지나친 부작용을 예고하는 정책으로 치부되면서 도중하차했고, 최근 발표된 학교자율화추진계획도 본래의 취지에서 상당히 벗어나면서 학교를 혼란스럽게 하는 주범으로 몰리고 있다. 여기에 17대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들이 18대 국회에서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학교는 불안과 초조, 혼란 그 자체를 겪고 있다. 내놓는 정책마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은 충분한 의견수렴과 보편, 타당성이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의견이 마치 전체 의견인양 변질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들이 새롭게 통합되어 출범한 교육과학기술부의 의도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대다수 교원들은 청와대의 의도가 개입되어 정책의 입안이 이루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에 거는 기대가 컸던 만큼이나 현재의 교육정책은 실망감이 매우 크다. 일일이 다 열거하지 않더라도 교육자나 교육수요자들의 기대에 부응한 정책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교육정책에 청와대의 입김을 염려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교과부에서 내놓은 '학교자율화' 이전에 교육정책라인의 자율화가 먼저 이루어져야 하겠다. 교과부가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검증된 정책을 추진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교과부나 청와대 모두가 교육정책을 단순하게 생각하고 추진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해당 정책에 대한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도리어 불신만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교육정책이 어느 특정인의 전유물이 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직접 당사자인 학생, 학부모, 교사가 적극 지지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부작용이 예견되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했을 때, 빚어지는 사회적인 파장을 생각한다면 그런 정책을 양산하는 책임자를 반드시 문책하여야 할 것이다. 검증되지 못한 미숙한 정책이나 독선적인 개인의 생각이 전체의 공감을 얻을 수는 결코 없기 때문이다.
18대 국회의 임기가 시작되면서 의욕적으로 추진될 정책으로는 학교정보공개관련법안과 교원평가법안을 꼽을 수 있다. 이들 법안중 학교정보공개관련법안은 일선학교 교원들 조차도 생소한 법안이다.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명확히 예측하기 어렵지만 학교간 경쟁을 유도하여 궁극적으로는 교원들까지도 경쟁시키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본다. 물론 기본적으로 경쟁이 필요한 것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경쟁을 유도하여 교육발전을 이루겠다는 것이 현재의 학교상황으로 타당하냐는 것이다. 학교정보공개는 이미 상당부분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밖의 정보는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득이 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럼에도 학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지 못하고, 입법과정을 거쳐 강제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 있다. 학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교원평가법안의 재추진은 교육계를 흔들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항간에는 17대 국회에서 폐기된 교원평가법안이 18대 국회에서는 훨씬 더 강력하게 재무장하여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을 하고 있다. 이미 폐기된 법안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었던 부분이 객관성과 신뢰성이었다. 대다수 교원들은 객관성과 신뢰성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17대 국회에서 제출된 법안이나 새로 제출될 법안 모두 이 두 가지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이 해결되기 전에는 그 어떤 평가법안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 교원들의 생각이다.
교육정책의 실패는 학교현장을 고스란히 혼란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여러 정책중에서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정책이 없겠지만 이것들이 보편성과 타당성을 갖추었느냐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오랫동안 연구되고 의견수렴이 되었다 해도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 교육정책이다. 그런데 주무부서인 교과부를 제쳐두고 청와대에서 주도권을 잡고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크다. 그것도 충분한 검증과 절차없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기 위해 교과부에 독립적인 권한과 검증할 시간을 줘야 할 것이다.
교육정책은 다른 정책과는 달리 실패가 용납되지 않는다. 한번 실패는 교육의 후퇴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좋은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전문가와 교육당사자들의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교원들이 납득하지 못하고 학부모나 학생들에게 절실하지 않은 문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본질적인 정책에 소홀해져서는 안된다. 학생과 학교를 아끼고 염려하는 기본적인 바탕 위에서 정책의 추진이 시작되어야 한다.
개인의 주관에 따라 추진되는 정책은 결국은 실패라는 쓴잔을 받아들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과거에 설익은 교육정책을 학교현장에 함부로 적용시킴으로써 당시 재학중이던 학생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청와대와 교과부는 서로의 업무를 확실히 재정립하고 현재까지 책임질 일이 있었다면 당사자는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왜 특정 인물의 사퇴를 거론하기까지 분위기가 확대되었는지 깊은 반성과 자성이 요구된다 하겠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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