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 지났다. 실용을 강조하면서 의욕적으로 출발했지만 뚜렷한 정체성 하나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새정부의 조급함과 성과주의는 최근 소고기 파동을 겪으면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고 말았다. 우리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출범 이후 쏟아져 나온 교육정책들은 한결같이 소리만 요란했을 뿐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새정부의 교육철학의 빈곤과 소통부재가 불러 온 필연적인 결과이다. 오죽하면 ‘교육과학부는 있는가’라는 칼럼이 나왔겠는가. 6월 9일 아침에는 ‘이주호 손바닥서 춤추는 교육정책’이라는 뉴스까지 흘러나왔다. 이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왜냐하면 그 동안의 교육정책들은 교육의 본질과 철학을 담아내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한 채 특정인에 의해 일방적 밀어붙이기로 일관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교육과학기술부 관료들은 특별교부금 나눠 갖고 선심을 쓰는 등 한심한 작태를 보아왔다.
한국교총에서는 최근 교육정책 혼선과 관련하여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이하여 설문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에 따르면 교육정책 혼선의 주요 원인은 정책 입안 결정자의 철학과 역량이 부족( 40.36%), 여론 수렴과정 미흡(34.98%), ‘교육정책 결정 시스템의 불합리(24.51%) 순으로 응답했다고 한다.
맞는 지적이다. 최근 새정부들어 발표된 대부분의 교육정책들은 대부분 조급하게 추진되고 있으며 충분한 여론 수렴의 과정이 없다. 지난 4월 15일에 발표된 학교자율화 조치는 그 대표적 사례이다. 우열반 편성, 0교시 수업, 심야보충수업 허용 등 국민적 관심이 매우 큰 굵직한 내용을 발표하면서도 사전에 여론을 수렴하거나 전문가의 의견을 전혀 묻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즉시 시행’ 등의 전격 발표로 그 조급성을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인수위 시절 ‘영어몰입교육’프로젝트를 보면 그야말로 정책 혼선의 양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말았다.
이런 현상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최근 나온 교육정책들은 대부분 17대 국회의 이주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 40여건에 포함된 내용들로 당시에는 문제가 많아 폐기된 내용들이라고 한다. 한 예로 지방교육지원센터 법안도 당초 이주호 안이었는데 임해규 의원의 대표발의로 내놓았다가 여론이 악화되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 최근 교육정책들이 대부분 이런 식이다. 이런 전횡에 밀려 교육과학부에서는 손을 놓고 청와대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지적도 이미 나온 바 있다.
교육은 그 본질과 철학에 맞아야 하며, 안정된 기조 속에서 일관성과 지속성을 가지고 발전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나라 교육은 우물에서 숭늉을 찾는 격의 조급증과 서두름만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우리나라 교육의 참된 방향성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없다. 대학입시의 대학교육협의회로의 이양이 가져올 혼란을 생각하면 걱정이다. 그렇지 않아도 초·중등교육이 대학에 종속되어 있는데 특별한 준비나 대책도 없이 덜컥 밀어붙이고 말았으니 걱정이다. 여기에는 한 관료의 조급증과 성과주의에의 집착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추진 방식에서 무리가 있더라도 상관하지 않겠다는 관료의 교만함이야말로 교육정책 혼선의 직접적 원인이다.
자신이 아니면 안 된다는 특별한 도그마는 우리 사회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말 것이다. 눈과 귀를 크게 열고 전문가와 국민의 목소리를 담아내지 못한다면 언제고 혼란을 가중시키고 말 것이다. 한 관료의 조금함과 성과주의에 편승하여 우리 교육을 갈등과 분열 속으로 빠뜨리는 일은 이제 그만해야 할 것이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