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은 답습되면 안된다

2008.06.13 10:46:00


2007년 봄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한나라당 이군현의원의 주관으로 '교육정책포럼'이 열렸었다. 물론 그때 주제는 '공무원연금개혁' 문제였다. 그 당시는 후에 한나라당 대선후보로 나섰던 이명박후보가 참여하여 격려사를 했었다. 교육정상화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는 언급을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보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었던 권철현의원의 발언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된다. '현정권(당시의 참여정부)은 교육문제를 이야기해도 전혀 듣지 않고 밀어 붙인다. 앞으로의 교육이 걱정된다. 그래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 정권이 교체되면 제대로 된 교육정책을 만들어 교육정상화를 이루겠다. 현 정권에는 아무리 건의하고 개선하자고 해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다. 하루빨리 정권교체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우리나라 교육이 살 수 있다.'

그렇게 숙원이었던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정권교체 이후에도 참여정부에서의 교육정책보다 더 우수한 정책은 지금껏 없었다. 참여정부시절 야당의원으로 교육정책을 이끌다시피 했던 이주호의원은 청와대의 교육문화 수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총선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향후 5년간 교육정책의 주축으로 활약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정책은 벌써 한계에 다다랐다. 이미 잘 알려진 것처럼 교육학자가 아닌 경제학자 출신으로 교육 자체를 경제논리로 풀어 나가려는 태도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교육관련단체들의 다양한 퇴진요구를 받기에 까지 이르렀다. 경제논리로 본다면 타당성이 있을지 모르나, 교육과 결부시키기에는 오류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오류는 학교현실을 정확히 꿰뚫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학교현장이 교육을 경제논리로 풀어나갈 만큼 간단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 어떤 논리로도 학교를 변화시킬 수 없다. 오로지 교육논리만이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지 100일이 조금 지났지만 이제는 교육정책문제도 책임질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더라도 그동안 공교육을 살리기는 커녕 학교현장에 혼란과 불안감만 자꾸 확산시키고 있다. 오로지 교육 그 자체만 생각해도 시간이 부족한 것이 요즈음의 학교현실이다.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교육여건을 개선하기에도 턱없이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데 논란을 불러 일으키는 여러가지 정책이 추진된다면 학교는 갈수록 더 어려워질 것이다.

책임이 드러난 만큼 확실히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교육관련 단체와 다양한 인사들이 이주호 수석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계속해서 사퇴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 붙인다면 예전의 정부와 다름이 없을 뿐이다. 잘못된 정책에 대해 책임지는 이가 아무도 없었기에 지금의 교육현실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누구라도 과감히 인정하고 책임을 졌더라면 이런 지경까지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무책임은 결코 답습되어서는 안된다.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

새 정부에 걸었던 기대가 이제는 하나 둘씩 무너지고 있다. 계속해서 무책임으로 일관한다면 기대는 더 많이 무너질 것이고 최후에는 실망만이 남고 말 것이다. 실망까지 가기 이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그 특단의 대책 중심에 이주호 수석의 퇴진이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는 이 수석의 결단이 가장 필요하지만 최종적으로는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무조건 밀어 붙인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국민이 원하고 교육당사자인 교원들이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빨리 마무리 되어야 한다.

차제에는 무책임이 답습되지 않도록 제대로 된 인사, 제대로된 전문가를 뽑아야 한다. 청와대의 교육문화비서실에는 학교현장을 잘 꿰뚫고 있는 인사들이 필요하다. 그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수용하는 자세만이 공교육을 살리고 교육발전을 이끌어내는 초석임을 한시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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