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놀이에서 배운 교육 한마디

2008.06.18 11:25:00


널뛰기는 우리의 전래 민속놀이의 하나로 ‘널빤지 위에서 뛰는 놀이’라 하여 도판희(跳板戱)라고 하기도 한다. 즉 두툼하고 긴 널빤지의 가운데에 밑을 괴어 중심을 잡은 다음 양끝에서 한 사람씩 뜀을 뛰는 놀이이다. 이는 고려시대부터 전승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높은 담장 저편에 있는 옥중 남편을 보고 싶어 하던 여인이 널뛰기를 하면서 남편의 얼굴을 보았다고 하는 애틋한 전설도 있다. 또한 집안에 갇혀 있던 여인들이 담장 위로 훌쩍 뛰어 올라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하여 만든 놀이라는 설도 있다.

그런데 이 널뛰기를 자세히 뜯어보면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널뛰는 뛰는 사람들의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는 점이다. 두 사람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높이 뛸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힘이 분산되어 금방 지치고 만다. 때로는 판 아래로 나뒹굴 수도 있다. 이 호흡은 구경꾼들과도 맞아야 한다. 여럿이 함께 빙 둘러서서 힘의 강약에 따라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 두 번째는 힘의 비우기와 채우기를 반복하면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응원하는 놀이이다. 한 사람이 힘을 집중하여 힘껏 내디디면 다른 한 사람은 힘을 비우면서 하늘로 훌쩍 날아오른다. 즉 한 사람은 힘을 주면서 낮아지고 또 한 사람은 힘을 비워 높아지기를 반복하면서 상생의 극치를 맛보는 놀이이다. 어찌 보면 번잡하고 갈등 많은 세상사에서 상생의 지혜를 일깨워주는 놀이가 아닌가 싶다. 나는 우리 교육도 이 널뛰기 놀이처럼 상생의 지혜로 풀어냈으면 한다.

첫째는 구성원들이 서로 호흡을 맞추는 일이다. 호흡이 척척 맞아야 높이 뛸 수 있는 것처럼 교육 관련 당사자들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 교육부와 학교 현장,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교사, 학교와 지역사회의 호흡이 척척 맞아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을 둘러싸고 있는 현실의 호흡은 제 각각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가 각기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는 학교 현장과 호흡을 맞추기는커녕 자신의 호흡을 따르라고 강요하고 있다. 자신들의 생각이 진리인 것처럼 군림하면서 현장과 동떨어진 제도와 법을 만들기에 급급하고 있다. 인수위 시절 숨 가쁘게 쏟아낸 그 많은 교육정책들이 제대로 뿌리를 내린 것이 하나도 없다. 왜 그럴까. 호흡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끝없는 갈등을 양산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교육관련 당사자들을 개혁의 피로감에 지치게 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의 교체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보듯 모든 교육정책은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우리 사회가 함께 호흡을 맞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구성원들의 응원이 있어야 한다. 널뛰기가 흥미진지하려면 당사자의 적극성과 의지도 중요하지만 관중들의 절대적인 성원이 있어야 한다. 교육 또한 마찬가지이다. 최근 발표되고 있는 교육정책들은 국민의 성원과 기대를 모으지 못하고 있다. 새정부의 교육 정책이 나올 때마다 쌍수를 들고 환영하고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사교육 시장만 들떠 있을 뿐, 여전히 학생과 학부모, 교원을 비롯한 많은 국민들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주변의 관심과 지원을 받지 못할 경우 널뛰기의 재미가 없어지는 것처럼 교육 또한 관심을 끌지 못한다.

마지막으로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널뛰기는 힘을 비우고 채우는 과정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육현장은 그러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이해가 분출되고 있고 모두 한결같이 자신의 이해에만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릇된 교육관은 학생과 학부모를 ‘소비자’로 만들어 버렸다. 교육의 대상이 어떻게 소비자가 될 수 있단 말인가. ‘소비자’로 입맛을 들인 소위 ‘교육수요자들’은 자신의 구미에 맞는 것만 찾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것뿐이 아니다. 상생의 파트너이기를 거부하고 문제 제기만을 일삼고 갈등을 부추기는 사람들도 있다. 학교교육 지원의 신성한 소임을 망각하고 자신을 과시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사람들도 있다. 다시 말하면 교육발전을 위한 상생의 추임새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바른 교육이 이루어지겠는가.

완벽한 호흡의 일치, 관중의 관심과 응원, 힘의 비움과 채움을 통한 상대방에 대한 배려, 바로 이것들이 널뛰기를 통해서 우리가 일깨워야 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육 또한 이런 구조 속에서 이루어져야 소기의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학생과 교사, 학부모와 지역사회가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공감한다면 우리나라 교육은 한층 발전할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그리고 교사가 호흡을 맞춰 충실한 교육을 할 수 있다면 참 좋을 것이다. 서로 마음과 뜻을 모으고 배려하고 응원한다면 우리 교육도 널뛰기처럼 신명나게 될 것이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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