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퇴급증 부른 연금개혁, 방향설정 다시해야

2008.06.19 16:07:00


올해 공직을 떠나는 명예퇴직자가 1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예년에 비해 3~5배 가량 수직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공직사회에 떠도는 공무원연금 관련 소문 탓이다. 명퇴자 가운데 교원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5월말 현재 3455명의 전체 명퇴자의 78.2%나 된다고 한다.

이처럼 명퇴자가 급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자신이 평생 동안 다녔던 직장을 하루아침에, 그것도 정년을 남겨놓고 그만 두는 일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명예퇴직을 신청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예측할 수 없는 불안심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연금수령액이 현저하게 낮아지지않을까, 명예퇴직수당이 없어지지않을까, 연금 수령도 65세 이후로 늦춰져 퇴직 후에도 2~3년 동안은 연금을 받지 못하게 되지않을까 등등 아직 뚜렷한 근거가 없는 소문들로 공직사회에 동요가 일어나자 행정안전부에서는 ‘명퇴 괴담’이라면서 몇 가지의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왜냐하면 연금개혁의 기본적 방향이 잘못 설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더 내고 덜 받는 연금’개혁이다. 시장주의에 매몰된 정부가 왜 이렇게 반시장주의적 발상을 하면서 공무원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손해 보는 연금제도를 국가 정책으로 내 놓은 나라가 있는지 궁금하다. 당사자들의 우려를 ‘연금 괴담’이라고 비하할 뿐, 연금 개혁 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답답할 뿐이다. 아마도 국회 개원 이전에는 공무원들을 가급적 자극하지 않으려는 신중한 배려(?)가 숨겨져 있는 느낌이 든다.

그러나 연금개혁 논의에 앞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외국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정부 부담률을 상향 조정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부담률이 8.5%인데 비해 대만과 영국은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있다. 미국은 30.5%, 프랑스는 51.9%에 이르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도 16.5%나 된다고 한다. 이럼에도 정부 부담률을 낮추는 방향으로 개혁하려 한다니 이것은 퇴행일 뿐 결코 개혁이 아니다.

다음으로는 IMF 구조조정, 철도공사화 등에 부당 사용한 연기금 16조 2500억에 대한 정부의 채무이행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매월 박봉의 봉급을 쪼개서 낸 기여금이 국가 사업비로 부당 사용됨으로써 연금부실을 가져온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무시하고‘고통 분담’을 논하면서 접근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여 책임과 의무를 나누는 것이 참된 의미의‘고통 분담’일진대 국가의 책임은 외면한 채 공무원만의 희생과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

마지막으로 국민연금과 단순 비교하여 마치 공무원들이 엄청난 특혜를 누리고 있는 것처럼 여론을 오도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국민연금과 통합 논의는 공직과 공무원 연금의 특수성을 외면한 것으로 우려되는 바가 크며, 더욱이 여론에 편승하여 국민과 공무원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성격과 내용이 다른 만큼 독자적인 제도를 유지하게 해야 한다.

몇 년 동안 계속되는 연금 개혁 논의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불안심리를 조장하고 말았다. 명예퇴직 시기를 저울질하면서 손익을 계산하고 있는 모습은 바람직한 공직자상이 아니다. 언제까지 공무원들을 불안하게 할 것인지 걱정이다. 손해 보는 연금 개혁으로 연금을 든든하게 믿었던 공무원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당장의 어려움 때문에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버티고 있는 공무원들의 마음은 그저 어둡고 답답할 뿐이다.

우리나라 연금제도가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는 그 동안의 운영 부실과 턱없이 낮은 정부 부담률에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며, 변화된 연금 상황에 맞추되, 상생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의 책임성은 뒤로하고 공무원 당사자의 고통만을 강요한 연금개혁은 우리가 원하는 바가 아니다. 모든 공무원들이 영예롭게 퇴직할 수 있도록 상생의 연금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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