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담배 좀 사다 주세요"

2008.06.24 09:04:00

"아저씨, 담배 좀 사다 주세요"

중학교 여학생이 지나가는 아저씨에게 한 말이다. 세상이 어쩌려고 그러나? 말세다. 아저씨는 하도 어이가 없어 할 말을 잃고 만다.

얼마 전 교직 선배들과의 모임에서 모 고교 교장 선생님이 겪은 실화다. 그러니까 여학생이 말한 아저씨는 고교 교장인 것이다. 이 세상에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대낮에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탈의 한도를 한참 넘어섰다.

또, 이런 일도 있었다고 한다. 생활지도 차 나선 시내 거리에서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돈 천 원만 달라"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집에 갈 차비가 없다"고 답하더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일종의 구걸 행위다. 이럴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못본 체 그냥 지나가는 방법도 있고...천 원을 주는 방법도 있고...돈을 주면서 타이르는 방법도 있고....

그 교장은 이렇게 했다고 한다.

"나, 지금 돈이 없는데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 줄 터이니 따라 올래?"

그러니까 두 명의 여학생이 졸래졸래 따라 오더라는 것이다. 학생들의 소속 학교를 확인하고 은행에 들어가 해당 학교에 전화를 걸어 학생들을 인계해 가도록 했다고 말한다. 학교 선생님이 하는 말, 가출한 여학생이라고 하더라나.

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한 퇴직선배가 말을 받는다.

"학생들이 이렇게 나오니 원조교제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겠느냐?"며 혀를 찬다.

리포터는 이렇게 웃어 넘긴다.

"그래도 교장 선생님이 착하게 보여 돈을 달라고 한 것이겠지요."

그 교장 선생님은 흡연 학생 지도사례를 말씀하신다. 학생들의 흡연 여부는 소변 검사를 통해 알아내니 학생들의 흡연지도에 효과가 크더라는 것이다. 과학적으로 입증을 하니 어떤 학생은 1주일 전에 피웠다고 자백을 하더라고 한다. 과학 앞에는 꼼짝 못하는 것이다.

청소년에게 담배 판매를 근절시키기 위한 노력도 병행한다. 담배를 어디서 샀으며 그 가게를 경찰에 신고한 증명서를 학교에 제출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고 말한다. 과연 장학관 출신 교장답다.

청소년 흡연 문제, 학교 지도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가정 교육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 기성 세대가 청소년을 내 자식처럼 지도해야 한다. 돈 몇 푼 벌기 위해 청소년에게 담배를 파는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학교에서의 지도 또한 일회성에 그치면 아니되는 것이다.  학생들과의 인내력 싸움에서 학교가 이겨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교육이 승리하는 것이다.

우리 학교, 학생부장은 리포터에게 말한다.

"교장 선생님, 요즘 학생들은 무서워하는 사람이 없어요."

학교의 포도대장인 학생부장도 두려워하지 않으니 이제 막가는 학생들을 누가 지도한단 말인가! 가정에서 부모가 지도를 포기한 자녀들은 학교 선생님의 말씀을 우습게 안다. 학생지도가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생님의 약점을 잡고 물고 늘어진다. 이게 문제인 것이다. 이미 교육을 떠난지 오래다.

어른에게 담뱃불 빌려 달라는 청소년 이야기는 들었어도 담배 심부름 보내는 여학생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교육 황폐화의 한 단면이 아닌가 싶다. 그 자리에 모인 교직 선배님들의 그 씁쓸한 표정....이게 오늘날 교육현장이다. 그렇지만 우리 교육자에게 교육 포기란 있을 수 없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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