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의 주장, '동의할 수 없다'

2008.06.27 14:14:00

교사가 다른 공무원보다 1시간 먼저 퇴근한다고 학사모에서 문제 삼고 나섰다. 실제로는 1시간 먼저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 학생지도를 위해 일찍 출근한다는 것을 전혀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시간적으로 일찍 퇴근하는 것만 문제 삼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교사의 근무시간은 1985년 당시 문교부와 총무처 간 업무 협의에 따라 교육공무원에 한해 오전 9시∼오후 5시로 조정한 국가공무원복무규정에 따르고 있다. 학생지도를 위해 실질적인 근무가 오전 7시 반에 시작되기 때문에 퇴근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는 것이다. 여기에 점심시간을 따로 두지 않고 학생지도 시간에 포함시켰다. 다른 분야와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교사들의 근무시간을 인정하지 않고 학사모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의 본질을 따지기 이전에 왜 이런 문제를 제기했는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 학사모 회원들도 자녀들을 학교에 보냈을 것이다. 가령 8시 40분에 1교시 수업을 실시한다고 하면 자녀를 8시 40분에 딱 맞춰 학교에 보내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적어도 30분 정도의 여유를 두고 학교에 보낼 것이다. 학생들이 30분 이전에 등교하는데, 교사가 1교시 시작 직전에 출근할까!  절대로 그럴 수 없다. 학생들보다는 적어도 10-20분 이전에 등교해야 한다. 그래야만 학생들 지도가 가능한 것이다.

어떤 학교든지 수업시간을 학생 등교시간과 같게 지정하는 경우는 없다. 수업시작 시간보다 30분정도 앞당겨서 등교를 하도록 하고 있다. 아침조회도 해야 하고, 전달 사항을 전달해야 하기도 하고, 때로는 교내 봉사활동을 실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교사들은 적어도 8시 이전에 출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점심시간에는 학생들의 식사지도부터, 교내 순회활동, 학생생활지도, 면담활동, 진학지도, 인성지도 등을 수시로 하게 된다. 학교에서 학생들은 점심시간이 있지만 교사들은 점심시간이 따로 없다. 신속하게 식사를 하고 학생지도에 나서야 한다.

학사모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해도, 최소한 8시부터 근무가 시작되는 것이다. 그보다 훨씬 더 일찍 출근하는 교사들도 많다. 그렇게 수업과 생활지도를 하고 5시에 퇴근하는 것이 과연 문제가 될까? 학교의 행정실도 학생을 위한 업무가 주로 이루어지기에 대체로 교사들과 출, 퇴근을 함께 한다. 학생지도에 없어서는 안될 곳이 학교 행정실이기 때문이다. 도리어 교사들보다 업무가 더 많은 경우도 흔히 볼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1시간을 회수하겠다는 학사모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는 생각이다. 좀더 정확히 현실을 파악한 후 문제제기를 했어야 옳다.

만일 점심시간에 학생지도를 안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모든 책임을 학교로 돌릴 것이다. 점심시간을 근무시간에서 제외하고 6시까지 근무한다고 하면 점심시간에 발생하는 문제는 누가 책임져야 하겠는가. 또한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은 누가 돌보고 보호할 것인가. 그 시간에는 교사의 근무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방치했다고 하면 모든 비난을 교사들에게 할 것이다. 그러면서 1시간 회수하겠다는 논리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다. 만일 학사모가 뭔가 일을 만들어서 하기 위해 문제를 제기했다면 더욱더 납득하기 어렵다. 부모들이 아침 일찍 어딘가를 가야 할 경우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생들에게 '빨리 학교가라'고 이야기 한다. 실제로 아침 일찍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다. 그 학생들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것은 교사들의 몫이다. 그런데도 근무시간을 문제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그렇게 따지면 교사는 수업하는 시간만 업무시간으로 치고 나머지는 모두 빼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 없다. 문제만 제기하지 말고 정식으로 해당 내용을 규정하고 있는 '국가공무원복무규정'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규정개정없이 단순히 회수운동 운운하는 것은 근본은 빠지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문제를 삼는 격이다. 학교교육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학교교육을 비난하고 교사들을 불신하는 태도는 버려야 한다. '학교를 사랑하는 모임'이라면 진정으로 학교를 이해하고 교육발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만 자꾸 문제 삼지말고 학교교육여건 개선 등에 힘쓰는 자세를 보여 주어야 한다. 학사모라는 단체의 이름대로 학교를 사랑해야지, 교사를 미워하는 단체로 비춰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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