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사모가 교사들의 퇴근시간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교사들은 또 한번 슬픈 현실을 곱씹어야 할 판이다. 하루에 8시간 이상을 근무해도 그게 안된다고 하니, 이제는 우리도 9시출근 6시퇴근하도록 해야 할 것 같다. 학교수업은 9시 반쯤 시작하면 될 것 같고, 아이들이 점심시간에 무슨 짓을 해도 모른척 하면 그만일 것 같다. 교사들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짓밟고 나선 학사모는 간판을 내려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다. 학교를 사랑한다면서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는 학부모 단체가 존재할 이유가 무엇인가 의구심이 생긴다. 학교를 제대로 만들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 교사가 전부는 아니다. 물론 교사가 전적으로 잘못하는 것이 있으면 당연히 고쳐야 하지만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다.
점심시간에 학생지도한다는 것을 부정하고, 일반공무원들과 똑같이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을 정해야 한다고 하니 그대로 따르는 수밖에 없다. 9시 출근에 6시 퇴근의 현실이 왔으면 한다. 점심시간을 별도로 확보하여 점심식사 후에 편히 좀 쉬었으면 좋겠다.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사고가 나면 책임은 학사모에서 지면 될 것이다. 아침에 9시 이전의 사고도 학사모에서 책임지면 될 것이다. 어쩌면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이라면서 학교현실을 그렇게도 모를 수가 있는가.
학사모의 성명서 발표로 인하여 포털 사이트의 뉴스를 접하고 달아놓은 댓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물론 댓글의 작성자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학사모의 입장에 찬성하는 내용보다는 부정하는 내용들이 훨씬 더 많다. 이중 몇 가지 옮겨 놓으면 다음과 같다.
'학부모 입장에서 부끄럽다는 생각이 드네요. 각자가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여 아이들에게 피해만 없으면 될것을, 5시에 퇴근하자 6시에 퇴근하자 뭐가 그리중요합니까. 학사모인 분도 자기자신에 대해서는 다 잘합니까.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신데 그런걸 가지고 시끄럽게 하는지, 아이들 가르치는 스승님이십니다. 선생님들은 아이들한테 최선을 다해서 가르치면 되는 것이고, 크게 다치지 않고 폭력. 왕따.큰 사건 그런 일만 없으면 되는것을 가지고, 겉만 보고는 이러자 저러자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제발 법대로 해 주세요..9시 출근 6시 퇴근...이젠 좀 쉬고 파...제발 법대로...' '원래 남의 일은 쉬워 보이고 내 고생은 크게 보이는 법이지...이해할수 없는 집단이로구만.. 학사모,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가장 큰 이유가 점심시간 때문 아닌가...? 점심시간에 학생관리책임 없으면 솔직히 1시간 늦게 퇴근해도 문제 없을듯, 근데 현실은 그게 아니지 않은가(네이버뉴스, 2008.6.27)'
일부는 교사들을 비판하는 글들도 있다. 그러나 쉽게 찾기 어렵다. 그만큼 이번의 학사모 성명은 본질을 한참 떠난 발상이다. 교사들의 출,퇴근 시간을 문제 삼는다면 학생지도는 누가 해야 하는가. '학부모가 하면 된다.'는 댓글도 있었다. 교사들이 점심시간에 학생지도 안하면 학교는 정말 힘들어진다. 그런 것을 학부모 단체에서 왜 모르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글도 있다. 규정을 바꾼다면 거기에 따른다는 교사들이 많다. 정해진 규정에 따라 근무하고 있는데, 왜 교사들을 몰아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것도 1시간을 가지고 따지는 것이 과연 정당하고 설득력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리포터가 판단하기로는 학사모의 성명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명확하지 않다. 일단 퇴근시간을 1시간 연장해야 한다는 논리는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데, 점심시간에 교사들이 학생지도를 안해도 된다는 것인지,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오는 학생들 지도를 안해도 된다는 뜻인지, 교사와 학생 모두가 수업시작 시간까지만 학교에 오면 된다는 뜻인지, 6시까지 연장근무하도록 하고 점심시간을 별도로 가지라는 뜻인지, 여러가지로 이해 안가는 부분들이 많다. 단순히 형평성 문제를 따지는 것인지, 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출근시간 전이나 점심시간에 학생들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논리가 좀 약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교사들은 아침 일찍 출근하여 업무시작하고 수업시작하는 것에 익숙해 있다. 그런 것을 뒤집어 놓는다면 학교교육이 제대로 될리 없다. 학생들이 있기에 교사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생지도는 당연히 교사들이 해야 한다. 식사지도는 기본이다. 그런데 이런 것들을 하지 않아도 되니 퇴근시간을 1시간 늦추라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발상이다. 교사들은 퇴근시간 1시간보다 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어떻게 학교를 사랑한다는 학사모에서 학교사랑은 커녕 교사들을 퇴근이나 일찍하는 집단으로 몰아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학교도 사랑하고 교사도 사랑 좀 해 주었으면 한다. 많은 댓글들을 보면 학사모에서 무엇을 잘못했나 이해할 것이다. 학사모는 포털 사이트의 댓글을 꼭 보아 주었으면 한다. 바로 현실이 나타나있기 때문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