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증가, 연금때문만은 아니다

2008.06.29 16:19:00


교직을 천직으로 여기고 이길을 선택하여 수십년간 교직에 몸담았던 교원들이 명예퇴직(명퇴)의 길로 들어선 것은 오로지 '연금'때문만은 아니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제공을 한 것이 '공무원연금법개정'이라는 악재이긴 하지만 100%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런저런 이유로 교직을 떠나고자 했던 교원들에게 연금법개정이 교단을 떠나게 만든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전적으로 연금만이 교직을 떠나게 만든 것은 결코 아니라는 생각이다. 설사 연금법개정이 교단을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 요인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방관하고 지켜만 보는 교육당국의 처사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는 생각이다.

교직사회를 온통 비난의 대상으로만 삼고 있는 현실과 이를 보이지 않게 부추기는 정책당국의 행태는 명예퇴직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학교에서 학생지도를 조금만 강화해도 '인권' 운운하며 비난하고, 학부모의 이의제기를 마치 모든 학교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과대포장하여 보도하는 언론들의 행동, 여기에 교원들을 보호하고 이끌어야 할 정책당국에서도 슬그머니 동의하는 식의 대처는 교원들에게 내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여기에 대대적으로 공교육을 불신하는 국민과 정책당국의 비난이 교원들에게는 견딜 수 없는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근무시간까지도 물고늘어지는 현실이 교직의 매력을 상실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다.

학생들은 학생들대로 학부모는 학부모대로 학교를 불신하고 여기에 교육행정기관마저도 사회분위기에 편승하여 교원과 학교를 옥죄는 행동을 지속하는 분위기, 교원들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교직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고 그 결정은 자꾸만 미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희망이었던 공무원연금법개정문제가 이슈화되자 이를 이유로 명예퇴직의 길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우수한 교원들이 명예퇴직으로 떠난 자리는 최소한 내년에 신규교사를 임용하기 이전까지는 기간제교원들이 메꾸게 된다.

그렇게 되면 또다시 공교육을 불신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학교에 기간제교사가 너무 많다고.. 그래서 교육의 질이 떨어진다고,,, 기간제교사의 능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마녀사냥식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결국은 책임이 또 다시 학교로 돌아올 것이다. 정책당국을 비난하고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함에도 단순하게 학교만을 문제삼을 것이기 때문이다. 명예퇴직교원의 증가로 당장에 올 2학기부터 교원수급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학교업무와 담임업무를 모두 걱정해야 할 판이 된 것이다.

교육당국도 문제이다. 공무원연금법개정으로 많은 교원들이 명예퇴직할 것을 충분히 예측했음에도 불구하고, 대책수립이 안되었다는 것이다. 공무원연금이 단순히 연금문제라면 그보다 더 호감을 살만한 정책을 내놓았다면 이렇게 많은 교원들이 명퇴신청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연금법개정문제는 교육당국에서 어쩔수 없었다 하더라도 교원들이 신나게 학생들을 지도할 수 있는 정책을 내 놓았다면 명퇴신청자는 훨씬 더 줄었을 것이다. 교직사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들은 돈보다 더 중요시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교사의 권위와 자부심이다. 그런 것을 살려줄 수 있는 방안이 있었다면 단순히 연금문제로 명퇴를 신청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꺼번에 많은 교원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명퇴를 하고 나면 연기금은 더욱더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남아 있는 공무원들에게 더 많은 압박으로 다가올 것이고 결국은 또 다시 명퇴가 증가할 것이다. 단순히 기금문제를 들어 연금법을 개정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는 것이다. 지금처럼 연금법을 개정하고 또 다시 기금이 부족하면 또 개정하고, 언제까지 이런 과정을 반복할 것인가. 눈에 보이는 것만 가지고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애시당초 잘못된 대책이었던 것이다.

교육의 질을 높이고 교원들의 근무의욕을 높여 주는 정책이 아쉽다. 단순히 명퇴신청을 돈 때문으로 몰아가서는 안된다. 이면에 숨어 있는 여러가지 악재를 생각해야 한다. 교원들은 그렇게 쉽게 돈때문에 교육을 포기하지는 않는다. 그동안 여러가지로 쌓여온 것들이 표출되고 있을 뿐이다. 교원정책과 교육정책을 다시 쓰는 결단을 내린다면 오늘의 사태를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 한국교육신문 www.hangy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구독 문의 : 02) 570-5341~2 광고 문의: sigmund@tobeunicorn.kr ,TEL 042-824-9139, FAX : 042-824-9140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 등록번호 : 서울 아04243 | 등록일(발행일) : 2016. 11. 29 | 발행인 : 문태혁 | 편집인 : 문태혁 | 주소 : 서울 서초구 태봉로 114 | 창간일 : 1961년 5월 15일 | 전화번호 : 02-570-5500 | 사업자등록번호 : 229-82-00096 | 통신판매번호 : 2006-08876 한국교육신문의 모든 콘텐츠는 저작권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