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언어 수준이 높아졌다?

2008.07.01 11:47:00


아파트 인근에 있는 일월(日月)저수지, 일부러 아니 시간을 내어 돌고 있다. 자연의 변화 감상하기가 즐겁고 건강관리 차 산보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보는 자연, 하루하루가 다르다. 자연뿐이랴! 사람도 변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저수지 산책로 옆 고추밭에 붙은 쪽지 하나가 시선을 끈다.

"많이 열거던 따가세요!"

재치있는 표현이다. 작년에 붙은 문구는 '농약 살포'였는데…. 문구 하나로 살벌함이 없어지고 살포시 미소짓게 만든다. 고추밭을 가꾸는 사람의 심성의 변화가 있어난 계기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고추서리꾼들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승화시키는 그 마음의 여유가 부러운 것이다. 

대개 이런 곳에는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제발 따가지 마세요!" "농작물에 손대지 마시오!" 등. '농약 살포'도 그 같은 경고의 일종이다. 농약을 뿌렸으니, 먹어 보았자 건강에 좋지 않으니 가져가지 말라는 뜻이다.

도심지에서 심심풀이로 농사를 짓는 작은 형수의 말씀에 의하면 이 같은 경고 문구는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선량한 주민은 이런 문구 보고 가져갈 생각도 하지 않지만 도둑 심보를 가진 사람은 그래도 훔쳐간다고 한다. 왜, 자기가 먹는 것이 아니고 내다 팔기 때문에.

"많이 열거던 따가세요!"

의미 심장한 문구다. 아직 많이 열리지 않았으니... 지금은 따가지 말라는 뜻이다. 열매가 많이 열리면 그 과실을 함께 나눌 터이니... 그 때까지 참고 기다려 달라는 뜻이다. 그 때까지 열매가 익는 것을 함께 지켜보자는 것이다. '많이'가 얼마만큼인지는 모르나....고추밭을 지키는 공동파수꾼이 되자는 것이다. 얼마나 재미있는 표현인가!

우리네의 삶, 각박함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말 한마디, 문장 한 구절에도 여유를 담았으면 한다. 조금만 생각하면 충분히 실천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오늘 같은 월요일 아침 출근길에 나누는 인삿말.

"이번 한 주도 행복하세요!"
"월요일 힘차게 출발하세요!"
"오늘 하루도 즐겁게 보내세요!"

우리 아파트 입구에서 경비원이 밝은 인삿말을 건네듯이. 산책길 고추밭에 붙어 있는 짧은 문구가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며 미소짓게 하듯이. 남을 행복하게 해주어야 나도 함께 행복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바로 더불어 사는 삶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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