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보고 듣고 생각해야

2008.07.29 09:54:00

바람이 그리운 때다. 태풍 말고 시원한 바람 말이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이 때 시원한 바람은 무엇보다 가장 귀하게 느껴진다. 값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바람아 제발 불어다오. 선선한 바람 말이다. 오늘 같은 날은 산바람이 그리워진다. 자연바람이 그리워진다. 솔바람을 보고 싶기도 하고 강바람을 보고 싶기도 하고 바다바람도 그리워진다.

어제는 사무실 앞 태극기가 제법 많이 휘날리었는데 오늘은 그렇지 않다. 태극기가 덜 움직인다. 오늘 날씨가 장난이 아님을 예고하는 듯하기도 하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좋다. 선선한 바람이, 시원한 바람이 불어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마음 속에 그리는 그 바람이 나를 손짓한다. 그 바람이 나를 보게 한다. 그 바람이 나를 듣게 한다. 그 바람이 나를 마음으로 생각하게 한다. 그 바람이 나를 가르친다. 그 바람이 나를 교훈한다. 그 바람이 나의 눈을 뜨게 한다. 그 바람이 나의 귀가 열리게 한다. 그 바람이 나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바람은 나에게 바람(희망)을 가르친다. 바람은 나에게 꿈을 가르친다. 바람은 나에게 무슨 일을 해야 할지를 가르친다. 우리 아이들에게 비전을 가르친다. 장래를 가르친다. 바람은 느낌을 가르친다. 바람은 나에게 유행을 가르친다. 바람은 때를 가르친다. 바람은 예고를 가르친다. 바람은 예측을 가르친다. 바람은 조화를 가르친다. 바람은 더러운 것을 청소하도록 가르친다.

바람은 계절을 알린다. 바람은 문제를 풀어주기도 한다. 바람은 기다림의 대상이다. 답답한 자에게 시원함을 선물한다. 땀을 흘리는 자에게 땀을 식혀 준다. 더워 잠 못 이룰 때 편안하게 잠을 자게 한다.

바람은 언제나 함께 한다. 어울린다. 혼자가 아니다. 바람이 우리 곁에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7월의 바람은 솔바람으로 다가오고 새소리를 담고 온다. 7월의 바람은 풀벌레 소리도 담고 오고 꽃향기도 담고 온다. 7월의 바람은 숲속의 아름다움을 싣고 오고 이름 모르는 나무의 숨소리도 안고 온다. 우거진 넝쿨의 속삭임도 싣고 오고. 흘러가는 물소리도 안고 온다. 맘껏 뛰노는 아이들의 놀이소리도 안고 오고 우리들이 모르는 자연속의 이야깃거리도 가득 싣고 온다.

바람이 이끄는 자연으로 가자. 아이들과 함께. 가족과 함께. 사랑하는 친구와 함께. 그 속에서 바람을 배우자. 바람의 유익을 배우자. 바람이 안고 오는 소리를 듣자. 바람과 함께 하는 자연 속의 이야기도 듣자. 바람과 함께 하는 물소리도 듣자. 바람이 품고 오는 시원함을 느끼자. 바람이 그리는 나무를 보자. 바람이 그리는 풀잎을 보자. 중복더위에 찾아오는 바람을 보고 바람을 듣고 바람을 생각하자.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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