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그냥 오르는 게 아니다

2008.07.29 15:18:00

자연은 순수 그 자체다. 순리에 따를 뿐 거스르지도 않는다. 때가 되면 새싹이 움트고 꽃을 피운다. 고운 나뭇잎과 헤어지며 홀로 서기도 한다.

크든 작든 묵묵히 자기 할일 다하면서 행동으로 가르쳐주는 산들도 그렇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산에 오른다. 사철 다른 색깔의 옷을 입는 자연이 보고 싶어 산을 찾는 날도 있지만 일부러 땀을 뻘뻘 흘리며 어렵게 산을 오르는 날도 있다.

도회지의 물질문명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쾌락을 누리면서 편안히 사는 게 행복인줄 안다. 그런데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는 게 사람의 욕심이라 남이 부러워할 만큼 누리고 사는 사람은 많아도 매사에 만족하며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IMF를 맞기 전에 우리나라가 그러했듯 국민소득이 높은 나라들은 전원주택의 인기가 높다. 누구나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아름다운 풍광이 있는 자연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는 증거다. 실천이 어려워 그렇지 도회지 생활에서 찾아내지 못한 행복이 자연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안다.

그렇다면 등산은 무엇인가? 국어사전에 써있는 대로 산에 오르는 것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그 일을 통하여 심신을 단련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행위이다. 좀더 철학적으로 접근하면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 그 자체가 자신의 의지와 싸우며 희로애락을 직접 경험하는 일이라서 일시적이지만 삶을 산으로 옮긴 것이 등산이라고 할 수 있다.

등산의 묘미를 모르는 사람들은 결국 ‘내려올 것을 왜 힘들여서 올라가느냐?’고 의아해한다. 그래서 유명한 등산가 조지 말로리가 “당신은 왜 위험하고 힘든 산에 갑니까?”라는 질문에 “산이 그곳에 있어 오른다”는 명언을 남겼다. 짧지만 그 말 한마디에 산에 오르는 이유가 모두 들어있다.

경쟁할 필요 없이 자신의 능력에 맞추면 되니 등반길에 만나는 모든 것들이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쩌면 등산은 자신의 생각이나 욕심을 비우고 무상무념 상태를 만들어 자연과 하나 되는 것이다. 산을 동반자로 여기는 사람들은 산에 오르기만 해도 삶이 업그레이드된다는 것을 안다.

자연의 세계, 즉 산위에서 아래세상을 내려다보면 인간은 아주 미약한 존재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에게 무한도전의 대상이다. 그런데 미약한 인간이 무조건 자연을 이기려고 하기에 사고가 발생한다.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자연 앞에 겸손하고, 자연의 변화에 순응할 줄 알아야 한다.

평소 일상생활을 하는데도 여러 가지 도구가 필요하다. 하물며 일상 거주공간보다 조건이 열악한 산을 오르려면 거기에 맞는 의류나 장비가 필요하다. 산의 높이나 산행거리를 생각하며 등산 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산이 그곳에 있어 그냥 산을 오르는 게 아니다. 등산으로 심신을 수련하고 호연지기를 키운다는 것도 안전이 보장될 때 해당되는 얘기다. 산의 높이와 산행거리, 등산 인원과 방식, 계절과 기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계획, 준비, 실행방법이 달라지는 게 등산이다.

삶의 일부분인 등산을 안전하고 즐겁게 하려면 알 것, 챙겨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이 의외로 많다. 알 것 알고, 챙길 것 챙기고, 지켜야 할 것 지키면서 산에서 문화인 소리를 들어야 진정 산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등산의 기초상식을 제대로 알고 실천해나가면 누구나 '등산 문화인'이 될 수 있다.

[등산 기초상식]
*평소 산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게 먼저다, - 산에 대한 지식을 쌓고, 등산에 필요한 기본체력을 키우면 대부분의 사고는 예방할 수 있다.
*계획을 잘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 등산 기간이나 인원, 등산 방식이나 계절에 맞춰 철두철미하게 계획을 세우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등산 장비를 제대로 갖추는 게 기본이다. - 지도, 나침반, 모자, 장갑, 우비, 헤드램프 등의 기본 장비는 항상 배낭 안에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장비 없이 등반길에 나서는 것은 전쟁터에 나가는 군인이 총을 가져가지 않는 것과 같다.
*기본 식품과 약품을 구비한다. - 물, 오이 등의 식품과 비상약을 항상 구비한다. 특히 여름철에는 피로회복제 역할을 하는 물을 많이 준비한다.
*등산 장비는 되도록 믿음이 가는 메이커 제품을 이용한다. - 스틱 등 품질이 낮은 등산장비가 사고의 원인제공자가 되기도 한다.
*모든 장비는 가볍고 부피가 작아야 한다. - 짐의 부피가 크면 침니 등을 통과하기 어렵고 나무등걸 등에 걸려 사고를 키울 확률이 높다.
*때로는 계절을 초월하는 장비를 구비해야 한다. - 초봄이나 늦가을 등산에 아이젠이 필수장비이듯 2~3개월의 계절이 공존하는 산의 상황에 맞는 장비가 필수다.
*이정표가 안내하는 등산로를 이용한다. - 대부분의 사고는 등산로 이외의 산길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안내판의 방향을 바꿔 놓거나 등산로 아닌 곳에 리본을 달지 않아야 한다.
*지리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 지도, 이정표, GPS 등으로 현재의 위치와 목적지를 파악하고 있으면 위급상황에 대처하는데 도움을 준다.
*일기예보를 자주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 등산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날씨가 갑자기 변덕을 부리기도 하고 산 아래와 산위의 상황이 다른 경우도 많다.
*기상 악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기른다. - 비바람이나 눈보라,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 등을 만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를 미리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위급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알아둔다. - 등반자의 부주의나 동결된 곳이 녹아 낙석이나 암벽의 붕괴 등 위급상황이 발생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로프의 안전성 여부를 꼭 확인한다. - 등산은 암릉이나 암벽을 오르내려야 하고, 그곳에 있는 낡은 로프가 끊어져 큰 사고로 직결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의 능력에 맞춰 활동 강도를 조절한다. - 보행속도나 휴식을 조절하지 않고 무리하게 등산할 경우 심장마비 등의 사고를 불러온다. 심장 두근거림, 호흡곤란 등 몸에 이상증상이 느껴지면 즉시 휴식을 취한다.
*산에서의 음주는 절대 금물이다. - 등산에서 가장 위험한 게 실족인데 대부분 음주가 원인이다.
*갑자기 변하는 날씨를 피한다. - 강한 햇빛이나 강추위는 일사병, 저체온 등 등산하는데 장애요인이 된다.
*산행시간을 정확히 파악해 일몰 전에 산행을 마친다. - 산에서의 밤길은 시계의 장애 로 추락 등 위험이 뒤따른다.
변종만 상당초등학교 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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