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찰관이 하시는 말씀을 간접적으로 들은 적이 있다. 10대 문제청소년들이 경찰서에 많이 오는데 그 중에 한 청소년이 자기가 저지른 일에 대해 구체적으로 조사를 받은 후 돌아서서 가는 경찰관에게 다가와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묻더라는 것이다.
경찰관은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난데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어떤 처벌을 받는지, 몇 날을 경찰서에서 보내야 하는지,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이어야 마땅함에도 그런 것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했으니 좀 특이하다 싶어 다른 분들에게 말씀을 했는지 모른다.
어찌 보면 황당한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이 문제청소년에게는 빛이 있기 때문이다.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장래가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보이는 문제 뒤에 보이지 않는 꿈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자기가 저지른 문제를 풀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지금까지의 습관, 지금까지의 행동, 지금까지의 노력, 지금까지의 의지로는 그 문제가 쉽게 풀릴 수가 없다. 이런 청소년들에게는 무엇보다 비전이 필요하다. 비전을 가슴에 품어야 한다. 그래야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수 있다. 어둠이 사라지려면 빛이 들어와야 하듯이 어두운 과거를 잊어버리고 과거의 잘못된 길을 계속 가지 않으려면, 과거의 상처를 치유 받으려면 미래를 향한 비전의 빛을 품어야 한다.
아마 이 청소년도 이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비전이 있기에 현실을 비관하지 않았다. 비전이 있기에 지금의 상처를 상처로 생각하지 않았다. 재기의 발판을 삼기 위해 가장 다가가기 어려운 분을 붙들고라도 비전을 품으려고 애를 썼다. 빛을 찾으려고 몸부림쳤다.
10대 문제청소년들이 순간적인 실수로 경찰서를 찾게 되었지마는 이들에게 과거의 실수에 자기를 묶어두려고 하지 않았다. 비전을 품고 있었다. 희망을 갖고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이 안고 있는 상처는 비전으로 곧 치유될 수 있음을 믿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는 어떻게 그 어려운 상황에서 그런 질문을 할 수 있었을까?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고 말이다. 이 청소년은 비상한 청소년임에 틀림없다.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가 엿보였다.
과거만 한탄하고 과거만 탓하고 과거의 상처에 얽매여 있다면 과거의 상흔이 치유될 수 없을 것이지만 과거를 과감하게 떨쳐버리려고 하는 생각들이 그의 마음속에 가득 차 있으니 희망적이 아닐 수 없다. 과거에 집착하지 않고 과거의 환경에 굴하지 않고 과거를 초월하려고 하는 그 몸부림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과거를 치유하는 비결은 다름 아닌 비전을 가슴에 품는 일이다. 과거의 상처를 고치는 비결은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과거의 못난 자기 모습만 바라보면 더 못난 사람이 될 수밖에 없지만 과거의 못난 자기 모습에서 벗어나면 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머릿속에 그릴 수가 있는 것이다.
어둠의 세상에서 한때 잘못을 저지르고 상처를 입었다손 치더라도 마음속에 비전의 빛을 품으면 그 때부터 어둠은 물러갈 수밖에 없다. 각종 폭력, 금품갈취, 남의 물건 훔치는 것 등 온갖 비행으로 남을 괴롭게 하고 못살게 하고 남의 도움이 되는 삶이 아니었지만 이제는 마음속에 비전의 빛을 품었으니 장래가 보인다. 8월의 햇살같이 반짝반짝 빛난다.
나는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나도 남들처럼 열심히 공부하면 되겠구나. 남 못지않게 실력 있는 자가 되어 세상을 밝게 하는 일에 쓰임 받도록 해야지. 내가 갖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국가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인물이 되어야지 하는 비전을 가슴에 품었으니 그 때부터 변화는 일어난 것이라 다름없다.
이제 우리는 비행청소년들을 비행청소년으로만 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그들에게 비전을 심어주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될 것 같다. 그들이 미래지향적인 삶을 살 수 있도록 가르쳐야겠다. 그들에게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눈을 갖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미래를 그리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비전은 방향을 설정하는 것 아닌가? 미래의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로 잡도록 해야 함이 좋을 것 같다. 과거의 쳇바퀴만 도는 다람쥐가 되지 않도록 가르쳐야겠다. 과거를 나쁘게만 해석하지 말고 과거를 미래의 나아갈 방향으로 좋게 해석하도록 교육해야겠다. 우리는 어떤 학생이라도 과거를 묻지 말자. 과거를 따지지 말자. 과거를 떠올리지 말자. 그렇지 않으면 계속 과거의 악몽을 떠올리게 되고 다시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울 수밖에 없다.
빛을 비추어 주는 선생님, 과거를 떠나게 하는 선생님, 과거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선생님, 과거를 초월하게 하는 선생님, 비전을 가슴에 품게 하는 선생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 되면 문제를 일으키는 청소년도 좋아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