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이면 학생들이 등교하지 않으니, 학교는 그래도 조용한 편이다. 출근한 교사들도 꽤 있지만 학기중 보다는 조용하다. 출근한 교사들이 업무처리를 하는데 집중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의 여름방학은 조용함 속에 매우 분주한 부분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내년(2009학년도)부터 시작되는 새 교육과정때문이다. 물론 중학교는 2010년부터 시작하기로 되어있지만 수학과 영어는 1년을 앞당겨 2009학년도부터 시작하도록 되어있다. 이런 연유로 학교에서는 방학이지만 교과서 선정작업이 한창이다.
교과서 선정은 교과용도서에 관한규정 제3조에 자세히 나와 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3조 (교과용도서의 선정) ①학교의 장은 국정도서가 있을 때에는 이를 사용하여야 하고, 국정도서가 없을 때에는 검정도서를 선정·사용하여야 한다. 다만, 국정도서·검정도서가 없는 경우 또는 이를 사용하기 곤란하거나 보충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 제16조의 규정에 의하여 인정받은 인정도서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학교의 장은 당해 학교에서 사용할 검정도서를 선정함에 있어서는 당해 학교의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다만, 학교운영위원회가 구성되지 아니한 학교는 학교운영위원회의 구성 방법에 준하여 구성되는 학교운영에 관한 협의 기구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③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관할구역 안의 학교의 장에게 당해 학교에서 사용할 검정도서를 선정함에 필요한 도서의 편찬 방법 및 내용 등 도서별 특징에 관한 자료를 작성하여 제공할 수 있다. ④교육감 또는 교육장은 관할구역 안에 신설되는 학교가 있는 경우에는 제1항 및 제2항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학교가 사용할 검정도서 및 인정도서를 선정할 수 있다.
이 규정에 따라서 학교에서는 교과용도서 선정을 위한 교과협의회를 실시하여, 몇개의 교과서로 압축하여 학교운영위원회에 상정하게 된다. 각 교과에서 올라온 교과서를 운영위원들이 검토하여 최종결정하게 되는데, 운영위원들의 전문성부족이 문제가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절차는 비교적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교과서 선정을 다루기 위해서는 학교운영위원들에 대한 철저한 사전교육이 필요하고, 운영위원들 역시 관련지식을 습득하는 기본적인 자세가 확립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절차를 통해 선정하게 되지만 이번의 교과서 선정에는 문제점이 있다. 7월초에 교과서 선정관련 공문이 내려왔다. 물론 이때는 교과서 샘플은 오지 않았다. 7월 18일경에 교과서가 학교에 도착했는데, 그 종류가 24종이나 된다. 교과서를 일선학교에 보내주기로 했던 마지막날이 7월 18일 이었는데, 공교롭게도 이날 우리학교(서울 대방중학교)는 방학을 하는 날이었다. 방학은 했지만 수학, 영어교사들은 학교에 출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방학을 하는날 발생한 것이다. 방학중 연수등의 일정을 잡아놓은 교사들이 많았기 때문에 교과서 선정을 위한 교과협의회는 자연스럽게 며칠 늦춰지게 되었다.
그런데 교과서 선정과 같은 중대사에 교과협의회를 한번 실시하여 정할수는 없는 것이다. 매일같이 반복 또 반복하면서 면밀히 선정해야 한다. 그렇게 시작된 교과협의회는 벌써 8월로 접어들었지만 결정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교과서의 내용이 모두 같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가에서 교육과정안을 기본적으로 제공했기 때문에 특징적인 교과서가 애시당초 나올 수 없도록 되어있다.
교과서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들이 거의 같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교과서 선정을 어렵게 만드는 부분인 것이다. 특징있는 교과서를 선별해 내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작업이다. 여기에 한 두 종류도 아니고 2-30종이나 되는 교과서에서 하나를 선정해 내는 것이 결코 쉬운일이 아닌 것이다. 고등학교교과서는 그 종류가 더 많다고 한다.
더 큰 문제는 8월 말경까지 선정하여 보고하도록 되어있다는 부분인데, 대략 8월 22-25일경에 개학을 한다고 보면 방학동안 각 교과에서 1차 선정한 교과서를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최종선정해야 한다. 운영위원회 당일날 교과서를 보면서 선정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볼때, 이들에게도 미리 검토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게 된다. 결국 시간여유없이 교과서 선정작업을 한다는 것은 어쩔수 없는 졸속선정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간여유를 좀더 주었으면 선정이 더 수월해 졌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뒤로 늦추기 어려웠다면 각 학교에 공문과 교과서를 보내는 시간을 좀더 당겼었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시간을 정해놓고 그때까지 하라고 하면 결국은 졸속이 나올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방학기간을 모두 투자해도 선정하기 어려운 교과서, 어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