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立秋)가 주는 교훈

2008.08.07 14:36:00

오늘은 의미가 있는 날이다. 오늘이 입추(立秋)다. 가을을 알리는 날이다. 가을이 들어서는 날이다. 가을을 세우는 날이다. 가을을 계획하는 날이다. 여름이 채 가기도 전에 가을을 세우는 지혜를 배우게 된다. 말복(末伏)을 하루 앞두고 계획을 세우다니! 마지막 더위가 지나가지 전에 가을을 준비하다니!

어제 오후부터 조금씩 달랐다. 초가을 정취를 느낄 만큼 파란 하늘은 하얀 구름과 함께 아름다운 평화를 그리고, 공기는 맑고 깨끗하게 다가와 마음을 상쾌하고 유쾌하게 하며, 산도, 들도 푸르고 또 푸르러 푸름의 절정을 이루고 있으며, 신선한 바람이 우리의 피부에 촉촉하게 와 닿아 초가을을 예감케 하였다. 어제 오후 시간을 붙들어 놓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날씨였다.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오래도록 담아놓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더니 지난 밤은 열어놓았던 창문까지 닫게 할 정도였다. 오늘은 아침부터 가을 냄새가 물씬 풍긴다. 덥다는 생각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시원하다는 생각이 오히려 든다. 이 시간쯤이면 매미가 여름을 힘껏 노래하는데 오늘은 가을이 들어서는 데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아예 숨을 죽이고 있다.

이렇게 자연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가을을 준비하고 가을을 계획하고 가을을 세우며 가을을 예고하며 가을을 선보이고 있음을 보면서 우리 교육도 그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제 방학도 점점 무르익어가고 있다. 우리 학교 현장에서도 방학이 끝나기 전에 2학기를 세워야겠다. 2학기를 준비해야겠다. 2학기를 계획해야겠다. 2학기를 새롭게 다듬어가야겠다. 1학기와 다른 모습으로 준비되고 계획되어야겠다.

봄이 다르고 가을이 다르듯이 1학기 다르고 2학기가 달라야 한다. 봄의 특색을 가을에 그대로 지닐 수 없듯이 1학기의 특색을 2학기도 그대로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봄은 봄대로 아름다움과 가치를 지니고 가을은 가을대로 아름답고 풍요로운 가치를 지니듯이 2학기는 1학기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그대로 지니도록 하지 말고 2학기 나름대로 아름답고 풍요로운 학기가 되게 준비되어져야 할 것이다.

준비가 부족하면 당황하게 된다. 만족을 얻을 수 없다. 계획이 새롭지 못하면 새 모습을 보일 수가 없다. 준비가 있어야 걱정이 없다. 준비가 있어야 어떤 문제도 쉽게 잘 해결해 갈 수 있다. 계획이 알차야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 가을을 세우는데 한 치의 오차가 없듯이 2학기의 교육을 세우는데 조금의 소홀함도 없어야 한다.

입추! 가을을 언제 세우고 있나? 말복이 지나고 나서가 아니지 않는가? 가을을 세우는데 말복이 지나고 난 다음에도 더위가 있을 것이니 그 후에 천천히 가을을 세우고 가을을 알리고 가을이 들어서게 하려고도 할 수 있을 것인데 그렇게 하지 않고 마지막 더위가 가기 전에 서둘러 가을을 세우고 있지 않은가!

아직 방학이 많이 남아 있는데 벌써부터 2학기를 세워야 하나, 2학기의 계획을 수립해야 하나, 2학기의 준비를 해야 하나 하고 반문을 하면서 뒤로 미루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오늘의 입추는 그러해서는 안 됨을 가르쳐 주고 있다.

2학기의 계획을 세우는 시기도 아주 중요하다. 2학기를 세우는 시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 방학이 다 가기 전에 보다 알차고 나은 2학기를 위해 미리미리 2학기를 준비하고 계획하고 세우는 일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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