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러닝메이트제와 부교육감 대행, 안 된다

2008.08.10 10:41:00

지난 7월 30일 서울시교육감 선거가 끝나자 교육감 선출제도에 관한 개편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주민들의 무관심으로 10% 대의 낮은 투표율에 선거비용으로 국민혈세 수백 억원을 쏟아부었으니 어찌보면 당연하다 하겠다. 또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는 것이 정치권의 할 일이라고 본다.

최근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인 나경원 의원이 정당공천제와 시도지사와의 러닝메이트 방식으로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한 데 이어 한나라당은 교육감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책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그 동안 '교육감 후보 정당공천제'와 '시.도 단체장과 교육감 러닝메이트제'를 검토해왔고, 특히 당 정책위는 이중 러닝메이트제를 실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데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얼마 전, 경기도의회 교육위원회는 1년 6개월 미만 부교육감 대행을 국회에 건의했고 한나라당 이철우 의원은 교육감 임기가 1년 6개월 미만인 경우에는 선거를 하지 말고 부교육감 직무대행 체제로 하자는 개정 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이 의원은 “낮은 투표율로 대표성도 없고, 사실상 임기가 1년 밖에 안 되는 교육감을 뽑는데 500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또 민주당의 안민석 의원은 지난 5일, 교육감 후보자의 선거비용 모금 허용과 정당인이 교육감에 입후보 할 수 없도록 한 제한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법안을 제출했다. 그는 “교육감 선거가 교육계 내부만이 아닌 주민 전체의 선거니 만큼, 5년 이상 교육경력(교육행정경력 포함)이 있는 자에게만 후보자격을 주어졌던 조항을 삭제하자”고 제안했다.

얼핏 보기에는 문제점을 제대로 분석한 타당한 대안 제시인 것 같다. 그러나 그게 아니다. 투표율이 낮은 것은 교육감 직선제에 대한 국민의 인식 부족과 정부의 홍보부족 때문이다. 선거비용은 투표율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선거관리에 있어 당연히 지출해야 할 비용이다.

10%대의 낮은 투표율은 2010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저절로 해결된다. 대표성에 관한 문제는 투표에 참가하지 않은 유권자들이 위임한 것으로 보았을 때 당선된 교육감을 탓할 것이 못 된다. 기권도 하나의 의사표시로 볼 때 민주시민으로서의 ‘소중한 한 표’ 행사가 아쉽기만 한 것이다.

한나라당의 ‘교육감 러닝메이트제’와 이철우 의원의 ‘부교육감 대행’, 안민석 의원의 ‘교육감, 정당인 제한 완화’는 헌법정신에 철저히 어긋나고 있다. 헌법 31조 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난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았듯이 현행법은 정당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여당과 야당은 편을 갈라 교육감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지했고 노동계, 교육단체, 각종 시민단체 수백개가 정치색을 띄며 지지선언을 해 혼탁한 선거가 되었음을 국민들은 알고 있다.

지방자치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교육감을 시도지사와 러닝메이트를 뛰게 한다는 것은 법률 자체가 위헌이며 교육을 정치판화하면서 교육을 정치에 예속시키겠다는 것에 다름 아닌 것이다.

2006년 5월 31일, 제4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시도지사를 뽑는데 있어 정당과 인물의 갈등으로 선택의 혼란이 있었는데 러닝메이트제가 된다면 정당과 시도지사, 교육감의 선택에 있어 극심한 혼란을 가져와 교육자치는 물론 지방자치까지 후퇴할 것이 분명하다.

교육감의 부교육감제 대행과 교육감 자격 완화도 교육의 전문성을 간과한 위헌적인 발상이다. 교육감과 부교육감은 그 자격요건도 다를 뿐더러 교육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대행체제는 교육 후퇴현상을 가져온다. 울산 부교육감의 장기간 대행체제가 극심한 교육지체 현상을 가져온 것이 이를 대변해 준다.

앞으로 대전(2008.12.17)과 경기(2009.4.8) 교육감 선거가 남았다. 이 지역 교육수장의 공백은 교육발전의 커다란 걸림돌이 되며 2007년 1월 부산교육감 이후 선출된 기존 8개 시도와의 형평성과도 직결된다. 더욱이 인구수, 학생수, 교원수, 학생수 전국 최대인 경기교육감을 뽑지 않고 부교육감으로 대행한다는 법률개정안 제출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교육감 선거는 교육정책과 공약의 대결장이 되어야 한다. 이번 서울교육감 선거처럼 조직과 이념 대결이나 세불리기, 상대방 후보의 흠집내기로 정치판화해서는 아니 된다. 정치판의 못된 것만 본받은 이번 선거를 반성할 생각은 않고 더욱 확대해 법률 개정으로 정치판화하자는 것은 교육 말아먹기에 다름 아니다. 이는 정치인이 할 일이 아니다.

흔히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한다. 교육은 헌법정신을 기본으로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이 보장해야 하며 현행법에 명시된대로 교육감은 직선으로 뽑아야 한다. 교육감 러닝메이트제, 부교육감 대행체제는 그래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교육의 정치판화,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교육을 살리고 우리나라를 살리는 길이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육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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