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와 같은 선생님

2008.08.12 08:29:00

베이징 올림픽을 보면서 여러 생각에 잠기게 된다. 올림픽에 태극마크를 단다는 것만 해도 대단한 일이다. 수백 명, 수천 명의 경쟁선수를 물리치고 태권마크를 달았으니 그것만 해도 엄청난 자랑이 아닐 수 없다. 그것만 해도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에 족하다.

그런데 비록 금빛 아니더라도 은빛 찬란한 메달을 목에 걸면 그것만 해도 얼마나 자랑스러운가? 비록 금빛, 은빛도 아니고 동빛을 목에 걸어도 그 빛은 엄청날 것이다. 땀의 결실, 노력의 결실, 열심의 결실이기에 조금도 마음 아파할 필요가 없고 아쉬워할 필요가 없다.

왕기춘 선수가 유도 73㎏급 결승서 13초 만에 허무한 한판패를 당하고서 얼마나 아쉬웠던지 순간 입을 다물지 못하고 회한의 눈물을 보이며 안타까워하는 것을 보면서 함께 가슴 아파하지 않을 수 없었다.

건강한 상태에서 실력으로 졌다면 덜 아쉬웠겠지만 8강전에서 왼쪽 옆구리 쪽에 부상을 당해, 이후 경기에선 허리에 압박붕대를 감고 출전할 정도로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시합을 했으니 어이없이 한판패로 끝나고 말았으니 가슴을 쓸어내리는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왕 선수에게 8강전에서 어둠이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왕 선수의 입장에서는 원통하기 그지없을 것이다. 하지만 낙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왕 선수에게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고 그 밤이 계속 있지는 않는다. 곧 사라지고 밝은 날이 오게 되어 있다. 어두운 밤이 회한의 밤이고 눈물의 밤이고 통한의 밤이고 슬픈 밤이고 마음을 아프게 하는 밤이고 몸까지 멍들게 하는 밤이지만 그 밤을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그 밤은 계속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왕 선수에게 찾아온 어두운 밤을 보면서 우리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예고 없이 찾아오는 어두운 밤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어두운 밤에서 방황하지 않도록, 어두운 밤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할 것 같다.

고통의 밤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고통의 밤, 어두운 밤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낮이 찾아오는 것을 알게 하고 기쁨의 낮, 희망의 낮, 밝은 낮이 찾아온다는 사실을 깨우쳐 줘야 할 것이다.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방향도 잃어버리고 혼돈감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럴 때 우리 선생님들은 방향을 잃지 않도록 혼돈 속에 해매지 않도록 힘과 용기를 심어주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사진작가가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낼 때는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곳이 아니고 어둡고 컴컴한 암실에서 만들어 내듯이 우리 선생님들은 어두움 속에서 어두운 밤을 맞은 학생들을 더 훌륭한 인물로 만들어 내는 사진작가가 되어야 할 것이다.

왕 선수처럼 벼랑 끝으로 느낄 수 있는 밤을 맞이한 학생들에게 벼랑 끝이 아니라는 것을 가르쳐 주자. 어두운 밤은 새 출발을 하는 곳임을 알게 하자. 우리의 희망은 어둠 속에서 새로 시작됨을 깨우쳐 주자.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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