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8일 오후 8시에 개회를 알린 베이징올림픽이 오늘까지 닷새를 남긴 채 종반으로 접어들었다. 세계인의 축제에서 우리나라는 초반에 유도의 최민호 선수가 딱지치기 기술로 첫 금메달을 안긴 이래 순항을 거듭하며 현재까지 8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0개의 금메달로 10위에 입상한다는 목표치에 근접한 수치라 TV 앞에서 열광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각본 없이 감동적인 드라마를 연출하는 게 올림픽이다. 부상 투혼을 발휘해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이배영 선수는 경기에선 졌지만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금메달을 땄다. 종반전이 가까워지며 순위 경쟁이 치열한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보다 더 빛난 꼴찌 소녀의 이야기도 감동적이다.
화제가 되고 있는 사미아 유수프 오마르는 내전으로 황폐화된 소말리아에서 이슬람 민병대의 온갖 협박을 다 이겨내고 올림픽대표팀에 발탁돼 ‘꿈의 무대’를 밟았다. 여자육상 200m 예선에 출전한 오마르는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들이 짐을 챙긴 뒤에 헐렁한 반팔 티셔츠차림으로 힘겹게 결승선 위에 섰다. 46명 중 최하위인 30초대 기록이었지만 올림픽 메인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꼴찌를 격려했다.
순위보다 참가하는데 의미를 둬야 하는 게 본래의 올림픽 정신이다. 메달을 하나도 못 따는 나라가 올림픽에 참가한 국가 중 절반 이상이다. 금메달을 목에건 별들이 올림픽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는 것이 현실이지만 포기하지 않는 꼴찌들이 올림픽을 아름답게 하는 것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 선수 중에도 꼴찌를 했지만 투혼을 빛낸 선수들이 있다. 육상 여자포환던지기 이미영 선수가 예선 B조 17명 중 17위, 수영 남자 다이빙3m 스프링보드 손성철 선수가 29명 중 29위, 승마 마장마술 최준상 선수가 46명 중 46위를 했다. 비록 꼴찌였지만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이겨내면서 저변이 취약한 분야를 새롭게 개척한다는 자부심으로 최선을 다하며 아름다운 모습을 보였다.
스포츠의 세계같이 냉정한 곳도 없다. 4년 동안 피땀 흘린 결과가 짧은 시간에 극과 극으로 갈린다. 올림픽 기간에만 스포츠에 열광하고 메달을 목에 건 사람들만 인정하는 사회풍조도 문제다. 메달을 딴 선수들이야 고생한 만큼 영광이 늘 함께 하겠지만 선수촌에서 다 같이 고생하고도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은 또다시 4년 동안 음지에서 피눈물을 흘려야 한다.
올림픽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스포츠 발전에 주춧돌을 놓은 사람들이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이 방관자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게 4년 후 열릴 런던 올림픽에 대비하는 지름길이다. 메달을 따지 못한 선수들에게 국민들이 한마음으로 박수를 보내고, 그들의 목에 국민의 이름으로 만든 금메달을 하나씩 걸어주며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도 생각해봐야 한다.
학교 교육도 마찬가지다. 공부 잘해 좋은 상급학교에 입학할 아이들, 예체능에 소질 있어 각종 대회에서 상장 잘 받아오는 아이들만 오냐오냐 위하면서 받든다면 교육 황폐화에 앞장서는 것이다. 공부나 대회와 거리가 먼 아이들을 더 챙기고 잘 보살피는 게 참교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