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히 속셈 드러내는 교과부

2008.08.29 10:06:00

지난해에 20%를 차등지급했던 교원성과상여금(성과금)의 지급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차등폭을 30%로 늘려 지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당연히 교직단체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일선학교 교원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다. 나머지 부분은 이해를 한다고 해도 현실에 잘 맞지 않는 기준을 정해서 학교에서 나름대로 순위를 정하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동안 교직단체들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부분들인데도 전혀 반영되징 않고있다.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교직단체들과의 협의도 단순히 설명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을 것으로 본다.

그런데 차등지급폭을 30%로 늘리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해에는 경력위주로 순위를 정하지 말라고 권장함으로써 일선학교들은 철저히 경력을 배제하였다. 경력위주로 지급되던 교원성과금의 관행이 지난해에 깨진 것이다. 그것을 깬 것에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30%로 차등폭을 높이고 지금기준액수도 높이겠다고 한다. 여기에 교과부의 숨은의도가 포함되어 있다는 생각이다. 올해 30%를 고집하면서 지급액을 높임으로써 반납에 대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급액이 많아질수록 교원들의 동요가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급액이 많지 않을때는 단순히 반납운동에 동참해도 크게 갈등을 겪지 않았지만 지급액이 많아지면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지난해보다 반납하는 교원들의 수가 줄어들수 있는 이유이다. 이렇듯 반납하는 인원이 줄어들면 교과부에서는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 셈이 되는 것이다. 바로 이런것을 노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여기에 또 한가지 의도가 있다고 본다. 반납하는 교원들의 수가 줄어들면 내년부터는 차등폭을 40%가 아닌 50%이상으로 밀어붙일 가능성이 있다. 교원들에게 성과금이라는 달콤한 선물을 하면서 향후 완벽한 차등지급을 하겠다는 의도인 것이다. 힘없고 생각이 단순한 교원들이 충분히 말려들 개연성이 있다. 여기에 각 학교의 관리자들을 교묘하게 압박함으로써 소기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함께 하고 있어 명확한 기준없이 성과금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른 것이 아니다. 성과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객관적인 기준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기준을 학교에서 만들도록 강요하지 말고 다양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 기준을 제시하라는 것이다. 지금처럼 기준의 예시를 1-2개만 제시할 것이 아니라 다양한 조직특성을 지닌 학교사회에 맞춰서 기준을 여러개 정하고 그것을 예시로 제시하라는 것이다. 납득할만한 객관적인 지표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또 한가지 하고싶은 이야기는 교원들을 등급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현재 학교사회가 여러가지 평가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근평, 성과금, 교원평가 등이 바로 그런것들인데, 근평에서 우수한 성적표를 받아든 교사가 성과금에서 뒤로 밀린다면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이런 여러가지 제도를 도입하면서 교원들을 등급으로 평가할 우려가 있다.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교원들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 지급을 강행하지 말고 이런 부분들을 검토해야 한다.

일선학교 교장이나 교감들은 교사들 편이 되어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 해당교사의 내면적인 측면까지 정확히 꿰뚫고 평가를 해야한다. 그러나 그러한 평가가 현재까지는 어렵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두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성과금을 얼마 받고의 문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성과금의 지급이 되어야 한다. 단순한 교원들을 이용하여 100%차등지급을 이루려는 의도를 버려야 한다. 그 이전에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머리를 맞대고 충분한 고민을 한다면 의외로 해결의 실마리는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있다. 일단 노력하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자꾸 속셈만 드러내지 말고 같이 노력해야 해결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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