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성과금이 '약'이 되어야 한다

2008.09.11 09:34:00

교원성과금을 올해도 지급해 교원들의 사기를 높이고 교원들의 교직생활에 동기부여를 하는 것은 좋은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교원들에게 성과금을 지급함으로 교직에 대한 자부심과 맡은 일에 대해 더욱 열정을 더하게 하는 것은 좋은 정책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교원성과금 지침을 보면서 아직도 손질해야 할 부분이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교원성과금을 받음으로 인해 기쁨이 더해야 할 것인데 슬픔이 더해지면 그건 교원성과금에 대한 문제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교원성과금이 교원들에게 약이 되어야지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과부에서는 올해도 많은 의견수렴의 과정을 거쳐 교원성과금에 대한 지침을 손질해 일선학교에 내려오고 있지만 그것을 검토해 보면 좀더 손질이 가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다. 올해의 성과금 지침을 보면서 나름대로 몇 가지 문제점을 언급해 보니 내년 성과금 지침을 마련하는데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첫째는 성과금의 지급시기다. 10월 중순에 지급하고자 하는 교원성과금이 올해의 교육활동에 대한 성과금이 아니고 작년의 교육활동에 대한 성과금 아닌가? 그렇다면 지급시기는 새 학년이 시작되기 전에 지급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없는 예산을 새로 확보해서 주는 것도 아니고 이미 확보된 예산을 지급하는 것이라면 성과금 지침이 연말에 손질이 되어 일선학교에 내려져서 교원인사이동이 시작되기 전에 지급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연말이 되면 교원들의 근평이 이루어져야 하고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즈음에 성과금에 관련 등급기준도, 등급에 해당하는 선생님을 정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함께 근무한 전 선생님들이 다 계시는 가운데 성과급심사위원을 정해야지 많은 선생님들이 떠난 후에 남아 있는 선생님으로 성과급심사위원을 구성해 등급을 정하는 것은 맞지 않은 것 같다.

학기 초반이나 중반에 학교가 조용하게 학생 교육에 전념해야 할 때에 성과급 문제로 또 한 차례 학교에 바람이 일어나 상당 기간 후유증이 생기게 하는 것은 교육상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러니 어차피 성과금을 지급하려면 인사이동 전에 지급되었으면 한다.

다음은 교원성과금 분류에 대한 문제다. 교장, 장학관을 한 부류에 분류한 것은 좋다. 그런데 장학관을 모두 교장급에 분류한 것이 아니고 보직 장학관만 교장급에, 무보직 장학관은 교감급에 분류 한 것은 무보직 장학관을 슬프게 하는 꼴이 되고 만다. 무보직 장학관도 교장을 하다가 교육감의 명을 받아 전직을 했었는데, 보직을 받지 못한 것만 해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인데 성과금에서조차 교장급이 아닌 교감급의 부류에 성과금의 지급대상으로 분류한다는 것은 두 번 죽이는 꼴이 되고 만다. 차라리 성과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마음속의 상처를 빨리 잊을 수 있을 것인데 또 상처 위에 상처를 덧입히니 이건 분명 약이 아니고 독이리라.

장학사도 마찬가지다. 장학사 중에는 교감 경력의 소유자가 장학사, 연구사로 전직하기도 하고 교사 중에서도 교감의 조건을 거의 갖춘 분들이 전문직 시험을 거쳐 임명이 되었는데 교사의 부류에 분류하다니! 이것도 말이 안 된다. 아직도 장학사 하다가 바로 교장으로 승진하는 분도 계시는데. 이렇게 해서 사기를 떨어뜨리면 안 된다. 무보직 장학관이라도 교장급에, 장학사를 교감급의 부류에 분류해 조정하면 안 될까?

끝으로 교장급 성과금의 가장 낮은 등급이 교감급 성과금의 가장 높은 등급보다 지급액이 적게 되어 있고, 교감급 성과금의 가장 낮은 등급이 교사급 성과금의 가장 높은 등급보다 지급액이 낮게 되어 있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교장급은 교장급으로서의 예우를 다해줘야 하고 교감급은 교감급으로서의 예우를 다해줘야 하지 않을까? 교장선생님이 교감선생님보다 성과금을 적게 받는다면 그게 성과금이 약이 아니고 독이 되고 만다.

교감급에서 가장 높은 등급이 교장급의 가장 낮은 등급과 같게 한다면 그건 이해가 되고 교사급의 가장 높은 등급이 교감급의 가장 낮은 등급과 같은 성과금이 지급된다면 그건 이해가 되겠다.

성과금이 교원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하고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면 사소한 것까지 보다 배려함이 있어야 하겠다. 내년에는 보다 합리적인 성과금의 지급에 대한 지침이 마련되어 성과금으로 인해 마음이 우울해지지 않도록 특히 신경을 써 주었으면 한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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