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은 받침대이다

2008.10.07 08:42:00

가을은 향기로운 계절이다. 향기로운 바람은 타고 와서 향기로운 계절일까? 향기로운 꽃이 있어 향기로운 계절일까? 오늘은 후자에 무게를 두며 향기로운 가을을 음미해 본다. 향기로운 꽃, 가을의 꽃인 국화꽃이 있기에 가을은 향기로운 계절이 아닐까?

국화꽃은 볼 때마다 아름답다. 꽃화꽃은 아름다움을 지닌 데다 그가 가지고 있는 향기 때문에 더욱 국화꽃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 같다. 향기로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밤마다 소쩍새가 울었던 이유가 실감난다.

국화꽃을 보면 예사로이 피는 것이 아니다. 국화꽃을 사랑하는 분의 정성이 들어 있었기에 아름다운 향기를 선보일 수가 있는 것이다. 어느 식물이라도 정성이 들어가지 않는 것이 없겠지만은 국화는 더욱 정성이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정성이 곁들어진 국화꽃, 땀이 배인 국화꽃, 사랑이 듬뿍 담긴 국화꽃이기에 가을을 더욱 향기롭게 한다.

국화의 모습을 보라.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는 자란다. 아름다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약한 꽃대는 목을 내밀고 있다. 약한 모습 그대로 목을 내민다. 오직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눈으로 보면 애처롭기 그지없다. 꽃대가 그렇게 가늘 수야. 어린애 손가락보다 더 가늘다. 더 약하다. 더 가련하다. 그래도 조금도 굴하지 않고 자기의 꿈을 위해 손을 펼친다. 자기의 임무를 다 수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국화꽃이 필 때까지 자라면 힘이 없어 서 있지 못한다. 곧 넘어진다. 그래도 꽃대는 자란다. 그래도 땀을 흘린다. 그래도 인내를 한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남의 손을 의지하지도 않는다. 그래야 자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가 있다. 그래야 자기의 꿈을 이룰 수 있다. 그 꿈이 바로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는 것이다. 향기를 사방에 품어내는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는 것이다.

이런 꽃대를 지켜보다 못해 꽃을 사랑하는 분들은 받침대를 만들어 세운다. 막대기를 만들어 힘이 되어 준다. 그러면 꽃대는 받침대를 의지해서 더욱 잘 자란다. 나아가 한 송이의 국화꽃을 만들어 낸다. 한 송이의 국화꽃은 고맙다는 듯이 인사를 한다. 환하게 웃는다. 황금웃음을 선사한다. 보배로운 향기를 선물로 보답한다. 그러면 우리는 웃으며 함께 화답한다. 국화꽃 가까이에 코를 대며 선물을 기쁘게 받는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는 국화는 바로 우리와 함께 하는 보배로운 학생들이다. 학생들은 한 송이의 국화꽃과 같다. 이들은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꽃대를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온갖 노력을 한다. 그들이 국화꽃과 같은 향기로운 인물이 되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의 모습을 지켜볼 때면 국화 꽃대와 같이 너무 안타까울 때가 많다. 너무나 약해 보이고 너무나 가늘어 보이고 너무나 미약해 보이고 너무나 가련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들은 자진해서 받침대가 되어준다. 그들이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울 수 있도록 지주 역할을 한다. 꽃대가 상하지 않도록 받침대 역할을 묵묵히 해낸다. 한 송이의 국화꽃만 피울 수만 있다면 조역을 하는 것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이렇게 선생님은 언제나 뒷받침 역할을 한다. 이렇게 선생님은 언제나 넘어지지 않도록 흔들리지 않도록 세워주는 역할을 한다. 그들이 알아주지 않아도, 그들이 인정해 주지 않아도, 그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이게 우리 선생님들의 역할이다.

한 송이의 국화꽃만 피우겠다면 그런 것쯤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보배로운 향기를 만들어내겠다는데 그런 뒷받침 역할을 못할 것인가? 그래 학생 너희들은 주연이고 우리들은 조연이다. 너희들은 무대 앞에 있고 우리들은 무대 뒤에 있다. 너희들은 빛이 나고 우리들은 그늘에 가린다. 그래도 좋다. 너희들만 빛난다면. 너희들만 향기롭다면. 너희들만 아름답다면. 너희들만 황금 면류관을 쓸 수 있다면. 너희들만 눈부시다면. 너희들만 황홀하다면.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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