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학생들이 고교에 진학할 때 쓰는 입학원서에 `종교'란이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일부 종교계 학교에서 일어나는 종교 갈등을 줄이기 위해 고교 입학배정 원서에 `종교'란을 신설, 가능한 한 동일 종교의 학교에 학생을 배정하도록 각 시도 교육청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10일 밝혔다. 현재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서울시교육청만 고입 배정원서에 종교를 표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나머지 교육청의 고입 원서에는 종교란이 없다(연합뉴스, 2008-10-10 10:46).
그러나 종교란 신설은 그리 효과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이미 서울에서는 오래전부터 고등학교입학원서의 종교란에 학생들의 종교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었다. 이번에 교과부에서 밝힌 것처럼 종교계학교에 해당학생들을 배정하기 위한 것이다. 학교에서 일어나는 종교갈등이 있기 이전부터 실시한 것으로, 종교를 고려했던 것이다.
실제로 해당학생들의 상당수를 종교계학교에 배정하긴 했지만 그 효과가 높았다고 보기 어렵다. 종교란을 보면, 기독교, 불교, 천주고, 기타로 되어있다. 이들 세 종교 외에는 모두 기타로 되어있다. 대부분이 이들 세 종교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무교의 경우는 당연히 기타에 해당된다.
문제는 이들 종교란에 자신이 종교를 기재하도록 하고 있지만, 정작 학생들은 종교란에 기재하는 것에 대해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냥 친한 친구가 기재하니, 자신도 따라서 기재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제로 종교계학교가 그들 학생들을 수용할 만큼 많지 않다는 것도 문제이다. 종교계학교는 사립학교가 대부분이지만 사립학교도 모두 종교계학교는 아니다. 따라서 종교를 기재해도 해당학교에 배정받는 경우는 소수의 학생들에 불과하다. 도리어 종교계학교에 배정받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간에 불만의 소지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 배정이 단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도 종교를 기재해도 쉽게 배정받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즉 고등학교 배정은 일단 해당학교에 통학할 수 있는 교통편이 편리해야 하고, 각 학교간의 성적격차가 크게 나지 않도록 성적도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 지체부자유자 학생들을 근거리에 배정해야 하고, 특수학급이 설치된 학교에 해당학생들을 배정해야 한다. 이런 여러가지 변수가 있기 때문에 입학원서에 종교를 기재한다고 해도 실제로 배정받을 수 있는 경우가 현저히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서울과 지방의 여건차이가 어느정도 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단순히 종교를 기재한다고 해서 종교계학교에 진학한다는 보장이 없으며, 이렇게 한다고 해서 종교갈등이 없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모든 학생들에게 만족할 만한 방안이 필요하며, 종교가 있더라도 종교계학교에 무조건 진학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고 볼때 종교란을 신설한다는 것이 효율적인가는 생각해 볼 문제인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만족을 줄 수 없다면 이러한 단순한 방안보다는 좀더 현실적인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도리어 각 시 도교육청에서의 배정업무만 더 어렵게 만들수도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