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 끝난지 이틀이 지났다. 전국의 모든학교들이 고민에 쌓여 있을 것이다. 수행형 주관식 문항의 채점때문이다. 오는 24일까지 수행형 주관식 문항의 채점을 완료하고, 24-31일 사이에 선다형문항의 점수와 수행형 주관식 문항의 점수를 합산하는 작업을 하라고 명시되어있다. 그리고 최종성적은 12월에 교육과정평가원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 처리하여 등급을 나누라고 한다.
10월 말까지면 충분한 시간이긴 하다. 그러나 일선학교에서 그 기간이 그렇게 긴 기간도 아니다. 수업하면서 여러가지 업무처리하다보면, 금새 지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기간을 정해놓고 해야 빨리 처리될 수 있다는 데에는 공감을 해야 할 것 같다.
오늘에서야 겨우 중간고사 성적표에 가정통신문을 작성하여 학생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벌써 2주가 흘렀다. 다른 시 도의 교사들이 보면 무슨 성적처리를 2주씩이나 하느냐고 의아해 하겠지만, 서울의 경우는 국어,영어, 수학, 과학, 사회 과목은 배점의 50%이상을 서술형 문항으로 출제하도록 하고 있다. 그냥 단답형도 아니고 단순한 주관식도 아니다. 꼭 서술형이어야 한다. 채점은 3회이상 동일교과 담당교사들이 해야 한다. 일단 채점을 하고나서, 초검, 재검을 거치고 학생들에게 서술형 점수를 통보한 후, 이의제기 기간을 최소한 하루는 주어야 한다. 마지막날 시험을 본 과목은 정말 정신없이 채점을 해야 한다.
퇴근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에 지난 14-15일에 실시된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의 수행형 주관식 답안지를 봉투에 담아서 가방에 넣었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24일까지 채점을 완료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물론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잘 안다. 그렇지만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었다. 빨리 채점을 해서 다른 선생님에게 넘겨야 재검이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1차 채점이 늦어지면 다른 교사들 모두가 늦어지게 된다. 나 때문에 다른 교사가 피해를 보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가방에 넣었던 것이다.
집에와서 저녁식사후 답안지를 펴놓고 채점에 돌입했다. 이제껏 했어도 한 학급정도밖에 채점을 하지 못했다. 문항이 그리 복잡하진 않지만, 그래도 간단히 채점이 되지 않았다. 잠시 짬을내어 이 글을 쓰고 있는 것이다. 내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 하면 1차 채점은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주 월요일에는 다른 선생님이 채점한 답안지를 검토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재검을 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점수를 통보하고 이의신청을 받아야 한다. 그렇게 하면 24일이 지날 것이다. 이렇게 해도 약속된 24일까지 채점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고보니 그 다음주에는 3학년 기말고사 원안 제출일이 들어있다. 다음주에 겨우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의 채점을 완료하면 또 주말을 반납하고 시험문제 출제를 해야 할 것 같다. 정말이지 10월이 금새 지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11월이 되면 고등학교 입시상담을 하고, 원서를 제출해야 할 시기이다. 11월 10일부터 실시되는 기말고사 채점도 기다리고 있다. 그렇게 하다보면 11월도 빨리 지날 것이다. 정말 숨돌릴 틈이 없다. 긴장과 초조의 연속이다.
교사가 해야할 일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몸이라도 하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이 너무 많이 몰리면 감당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일이 생겨서는 안된다. 모든 것이 교육 잘해서 학생들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기 때문이다. 국가수준의 학업성취도평가의 시기가 잘못 정해져서 일선학교에서 홍역을 치르는것이다. 같은일을 하더라고 정신좀 차릴 수 있는 시간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정말 바쁘다. 빨리 또 채점을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