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선택제'가 불러온 고교교육 변화

2008.10.20 08:56:00

이미 잘 알려진 바와 같이, 2010학년도부터 서울시내 고등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제가 실시된다. 중3 학생과 학부모들이 학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강남의 명문고나 기타지역이라도 평이 좋은 학교는 별로 걱정을 안해도 되지만, 지역여건이 안좋은 학교들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된다.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학교들은 당연히 학급수가 감축될 것이고, 해당학교교원들은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다.

이런 위기의식을 해소하기 위해 시교육청에서는 여건이 안좋은 학교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그래도 정상화가 안되면 해당학교에 대한 폐교까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다.

이런 일들이 발생하기 전에 준비를 철저히 하기위해 일선고등학교에서는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다. 최근 우리지역의 한 사립고등학교에서 교감선생님과 함께 선생님 한분이 우리학교를 방문하였다. '영어, 수학경시대회를 실시하기로 했는데, 상금도 꽤 되고, 우리학교(그 고등학교)에 여기서 입상한 학생들이 진학하면 3년간 장학금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학생들에게 널리 알려서 많이 지원하도록 지도 좀 부탁드립니다.'

영어, 수학경시대회 실시의 취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교감선생님은 '고교선택제에 대비하기 위해 경시대회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우리학교 홍보도 하고 입상자에게 격려도 현실적으로 해서 우리학교를 알리는 것이 목적입니다. 어떻게든 학교 이미지를 좋게 가져가야 고교선택제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경시대회에 학생들 좀 많이 보내 주십시오.' 물론 우리지역에서 이 학교는 평이 좋은 편이다.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학교였다.

고등학교 선택제가 일선고등학교에 직격탄으로 다가오고 있는 모양이다. 그래도 공립학교의 경우는 사정이 덜하겠지만 사립학교의 경우는 상황이 쉽지 않은 것이다. 학생들이 지원하지 않으면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유치에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교사가 아닌 교감선생님이 직접 학교방문을 해서 취지를 설명할 정도라면 발등에 불이 떨어진셈이다.

아마도 서울시교육청에서 원하는 의도가 바로 이런것이 아니었나 싶다. 최종적으로는 고등학교간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경쟁력을 강화하여 교육을 정상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제는 어느 고등학교도 가만히 기다렸다가 신입생을 받는 시대가 끝나가는 것이다. 발로뛰고 다른학교보다 뭔가 더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앞으로 이러한 고등학교선택제의 실시가 고등학교 교육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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