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 수용할 자세부터 갖춰라

2008.10.21 08:35:00

서울시육청에서는 '2009학년도 중등학교 교원 및 교육전문직 인사관리원칙'을 행정예고했다. 매년 인사원칙을 조금씩 개선해 나가고 있다. 12월중에는 이를 토대로 구체적인 인사원칙을 정해서 일선학교에 내려보내고, 일선학교에서는 이를 토대로 교원인사를 실시한다. 좀 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초, 중등 교원의 인사에 이 규정이 적용된다. 여기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검토하여 다음해에는 수정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매년 인사원칙이 조금씩 변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행정예고를 하면서 각급학교에 공문을 내려보냈는데, 공문의 내용에는 개정안에 대해 의견이 있는 경우 제출하라고 하고 있다. 인사관리원칙이기에 당연히 의견이 있는 경우가 많다. 의견의 내용을 적어서 의견제출자의 인적사항을 함께 제출한다. 제출되는 의견을 참고하여 일부 수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의견을 많이 들으면 들을수록 인사관리원칙은 문제점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예고에 대한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는지는 의문이다. 올해 상반기에 교육공무원승진규정의 개정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에서 가산점부여규정을 행정예고한 적이 있다. 그때도 가산점부여규정을 보고 의견이 있으면 제출하라고 했었다. 몇시간을 투자하여 몇 가지 의견을 제출했었다. 물론 교장선생님과 교감선생님, 그리고 동료교사들에게도 의견을 물었었고,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의견을 제출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었다.

제출된 의견이 어떻게 반영이 되었는지, 반영이 안되었다면 어떤 사유로 반영이 안되었는지에 대한 답변을 전혀 듣지 못한 것이다. 결국 최종적으로 확정된 안을 보니, 행정예고됐던 내용에서 거의 변한 것이 없었다. 혼자만의 의견도 아니고 동료교사와 교장, 교감선생님과 상의를 해서 제출한 의견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도 못하고 끝났다는 것에 왠지 서운한 마음이 들었다. 의견제출시에 인적사항을 요구한 이유가 의견제출자에게 결과를 통보해 주기위한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 어떤 이야기도 전해듣지 못했다. 왜 의견이 반영 안되었는지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 주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의 인사관리원칙도 읽어보다가 그만 두었다. 의견을 제출해봐야 반영도 안되고 제출된 의견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할 것이 뻔한데 굳이 시간낭비하면서 의견을 제출할 필요성을 못 느꼈기 때문이다. 해정예고하면서 의견제출하라는 이야기만 할 뿐 실제로 의견을 반영하지 않는다면 의견을 제출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의견을 제출하라고 하기 이전에 제출된 의견을 검토하고 타당성이 있으면 수용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통과의례로 의견제출을 받는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기본적으로 의견을 수용할 자세부터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반영이 되지 않았다면 그 이유를 간단히라도 설명해 주는 성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 하나의 의견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하는 자세부터 갖춰야 제대로된 의견을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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