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 아닌가

2008.11.02 21:49:00

각급학교 교장들 중에는 교사 출신보다는 교육전문직 출신들이 더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교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략 교사를 10-15년 한 후에 교육전문직으로 진출하여 전문직을 거쳐 교감을 거친후 교장으로 임용된다. 전문직 출신이 관리직에 많은 것이 옳은 것인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다만 이들 관리직이 교육전문직으로 재직할 때와 일선학교 교감, 교장으로 재직할때의 마음가짐이 너무나 다른 경우들이 많다는 것을 지적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물론 교육전문직출신 교감, 교장 모두가 그렇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오해 없었으면 한다.

일례를 하나 들도록 하겠다. 서울시교육청과 교육과학기술부에서 오랫동안 전문직으로 재직하고 교장으로 임용된 모 교장이 있었다. 물론 교감경력도 가지고 있다. 일선학교에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학생들이 너무나 변했다고 믿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생활지도를 어떻게 하면 제대로 할 수 있을지 며칠동안 고민을 했다고 한다. 교사들에게 반항하는 학생들, 수업시간에 교사의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고 잠을 자는 학생들, 여기에 성인인지 학생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머리 등을 어떻게 해야 할까 수차례 고민끝에 교장이 직접 나서서 학생들 속으로 파고 들었다고 한다.

학부모와 학생들이 반발하는 경우가 생겼고, 교사들 중에서도 너무 심하게 단속하고 심하게 교사들에게 짐을 지우는 것은 아닌가 라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래도 소신껏 밀어붙여서 어느정도 효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교사들은 효과가 상당히 있었다고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예전에도 집중적으로 단속하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교육청이나 교과부에서 학생들의 두발단속이나 생활지도에서 인권침해 소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는 공문을 받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속을 느슨하게 할 수 밖에 없어, 실질적인 효과는 얻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교육청이나 교과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이 교장 역시, 생활지도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했었고, 관련 협의회에도 참석하여 현재 교과부나 시교육청에서 내려오는 공문내용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런공문을 내려보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후에 교장이 되면서 학교현실을 보니 그대로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학생들이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나라 교육 전체가 흔들릴 것으로 본 것이다. 그래서 교장이 직접 나선 것이다.

전문직으로 재직할 시에는 원칙만을 내세우는데에 동참하여 학생들을 심하게 단속하여 말썽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장에 나와보니 그것이 그렇게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이율배반적인 생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가진 것을 탓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교육전문직으로 재직중인 전문직들이 과연 이런 학교의 실정을 알기나 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자신도 교사를 했다고 강조하지만 요즈음 학교가 어디 그런가. 1년, 아니 한달만 학교를 떠나있다 돌아와도 놀랄일이 너무나 많다. 그런데 5년이상을 학교를 떠났다가 돌아온 후에 어떻게 변했을지 감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학교에 있을때는 교사신분이었지만 다시 돌아왔을때는 교감이나 교장이 된 후이다. 어떻게 학교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겠는가.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섭섭해 할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계실 것이다. 물론 이해한다. 자신은 절대로 학교를 모르지 않는다고 믿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교사들이 볼때는 분명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누가 더 이해를 못하고 있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최소한 교사입장에서 보면 교장이나 교감 선생님들이 학교현실을 잘 모르는 경우들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우리학교에 2개월가까이 병가를 냈던 선생님이 있다. 최근에 치료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왔다. 불과 2개월 이었지만 너무나도 학교가 새롭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어 수업하는데 긴장이 많이 되었다고 했다. 2개월이 그런데 몇년을 떠난 학교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필요하다. 전문직 출신의 교장 교감선생님들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일들이 모두 학생들을 위한 일이니 당연히 쌍수들어 환영할 일이다. 그럼에도 왜 한구석에서는 저러면 안되는데...라는 생각이 드는지 모르겠다. 나도 이율배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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