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운영'은 왜 했나

2008.11.08 09:56:00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한 초·중등교육법을 개정하기로 함으로써 교원평가제 도입이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공교육의 내실화를 꾀한다는 명분이지만 교원평가제도입으로 공교육이 내실화 될 것으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더구나 평가결과를 근평에 끼워넣어 인사자료로 활용한다는 방안이 포함되면서 교원들은 평가만 받으면서 1년을 보내야 할 형편이 되었다. 근평이 승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현실에서 교원평가제의 결과까지 승진에 영향을 준다면 정상적인 학교교육이 어려워질 수도 있는 것이다.

지난해 시범운영 되었던 '교사다면평가'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근평에 반영하지 않지만 문제점을 찾기위해 시범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실시되었었다. 그때 거의 모든 교원들은 다면평가의 문제점을 지적했었다. 영어교사가 과학교사를 평가하는 것 자체가 문제이고, 따라서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교사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다면평가를 교원평가의 주축으로 삼겠다는 것인데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울 것이다. 결국 학교에서 혼란만 더욱더 가중될 것이다.

교원평가제 도입을 위해 그동안 많은 학교들에서 시범운영을 했다. 거기서 드러난 문제를 해결하고 평가안을 만들기 위함이었다. 평가의 공정성문제가 계속해서 대두되었지만 그 문제를 고스란히 안고 교원평가제가 도입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시범운영을 많은 예산을 들여서 했지만 개선점이 전혀없는 것이다. 문제가 드러났으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이 나와야 한다. 그럼에도 대안없이 무조건 시행하고 보자는 식으로 밀어 붙이는 것이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럴려면 시범운영은 왜 했나. 많은 예산을 퍼부으면서...

다면평가제의 도입도 지난해에는 분명히 시범운영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시행에 들어갔다. 시범운영에서 그렇게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해야 한다고 했지만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그럴려면 시범운영은 왜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문제점을 전혀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시행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것이다. 최소한 객관적인 접근이 필요한 부분이다.

교원평가를 찬성하던 단체마저도 인사에 평가결과를 반영하는 것에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그만큼 객관적인 평가가 어렵다는 뜻이다. 또한 인사와 연계하면 승진을 두고 학교내에서 갈등만 증폭시켜 결국은 교육력 약화를 가져올 것이다. 교사들을 무조건 경쟁시킨다고 공교육이 정상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수차례 지적했지만 돈안드는 평가제 도입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다. 학교별로 여건이 다르고 구성원도 다른데 어떻게 객관적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교육여건개선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이다.

시범운영까지 했던 정책을 수정하고 보완하지 않은채 바로 실시하려는 것은 어느누구도 공감하지 않는다. 시범운영에서 나타난 문제들을 말끔히 해결하고 시작해야 한다. 따라서 교원평가제 도입문제를 원점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점을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정도는 꼭 해결해야 한다. 누구도 인정하지 않는 제도를 그대로 도입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것이다. 시행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견을 듣고 이에대한 납득할 만한 기준을 정한후 시행해도 늦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반드시 수정 보완을 거쳐야 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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