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감독관근무 잘하셨나요"

2008.11.14 06:48:00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수능시험이 끝났다. 수험생들은 아쉬움이 남을 것이고, 학부모는 그래도 한시름 놓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수능감독에 참여했던 교사들은 어려운 일을 하나 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그래도 모두가 함께 노력해서 학생들이 단 1점이라도 더 얻을 수 있었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도 수능감독을 다녀왔다. 6년째 개근이다. 중간에 1년 쉰 것을 제외하면 최소한 10년 이상은 감독을 했을 것이다. 정확한 횟수가 생각나지 않지만 거른적은 거의 없다. 잘해야 2-3년 정도 쉬었을 것이다.

수능감독은 어렵고 신경쓸 일들이 많아서 반갑게 여기지 않는 이유이다. 하루종일 거의 철인이 되다시피해야 무사히 감독을 마칠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오늘은 수능감독이 어렵기때문에 못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늘 감독을 다녀온 학교의 교장선생님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별로 이야깃거리도 안되지만 나름대로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 이 글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서울 동자구에 위치한 영등포고등학교(교장, 서동목)에서 감독관근무를 했다. 대로에서 10여분을 들어가야 하는 학교이다. 사실 수능 시험장으로 적절한 학교는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나마 학교시설이 좋아서 시험장으로 선택된 것으로 보인다. 아침에 수능감독관회의가 열렸다. 당연히 교장선생님 인사가 있었고, 여기에서 교장선생님의 말씀이 재미있어서 소개하겠다. 아침에 학교에 도착해서 회의실로 갔더니 본부요원인 듯 한 선생님이 식당에 김밥이 있으니 가보라고 하는 것이었다. 이른 아침식사를 새벽같이 하긴 했지만 그래도 식당에갔다. 김밥과 따뜻한 국물이 있어서 맛있게 먹었다.

다시 돌아온 회의장, 교장선생님이 나와계셨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예, 덕분에 많이 먹었습니다.', '입구에 떠먹는 요구르트도 있는데 좀 드시지요','아침부터 뭘요.' 그렇게 대답하고 돌아섰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것을 교장선생님이 사비를 들여서 직접 가져오셨다고 했다. '괜히 안먹었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일이야 다른 학교에서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본론은 이제부터이다.

'수능감독이 어렵잖아요. 솔직히 너무 힘들고 그래서 저도 옛날에 수능감독가는것이 죽기보다 싫었어요. 그래도 수능감독할 사람들은 교사들 뿐이잖아요.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즐기십시오.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면서 하루 보내세요. 아 그리고 수능감독이 너무 힘들면 제가드리는 떠먹는 요구르트 드십시오. 그래도 마음에 안들면 교장실로 오십시오. 저에게 공연티켓이 있는데, 선착순 두 분에게만 드릴께요. 그리고 또 선생님들 중 정말로 나는 수능감독을 너무 열심히 했다. 그래서 보상을 받아야 한다라고 생각하시는 선생님은 끝나고 오세요. 제가 놀이공원 자유이용권선물받은 것이 있는데, 그것을 드릴께요. 가족들과 다녀오세요.'

'또 있습니다. 제가 교장이긴 하지만 수필가입니다. 정식으로 공모전에 통과해서 수필가 되었습니다. 정말로 수능감독이 너무 어려웠으면 교장실로 오십시오. 제가 제 수필나온 책을 두분께만 드리겠습니다.' 모두가 아침부터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리고 큰 박수를 보냈다. 감독 끝나고 교장선생님을 찾아간 감독관들이 있었는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즐겁게 감독하라는 교장선생님 말씀을 하루종일 생각하면서 감독관 근무를 했다. 교장선생님 말씀대로 즐거웠던 것은 아니었지만 힘든 것을 어느정도 해소할 수 있었던 것만은 틀림이 없었다는 생각이다.

사실 그런자리에서 교장은 뭐 이런것을 당부드립니다. 잘해주십시오. 꼭 그렇게 해야 합니다. 공문이 그렇게 왔습니다. 잘못하면 선생님들이 책임져야 합니다라는 등의 이야기를 딱딱한 분위기에서 하게 마련이다. 그런데 영등포고등학교의 서동목 교장선생님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감독관들을 믿었기 때문이다. 똑같은 일을 하더라도 교장선생님의 격려가 교사들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 하루였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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