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건 개선이 우선이다

2008.11.14 06:48:00

교원평가제도입이 또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교사들은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 객관적인 평가를 할래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교원평가제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래도 교과부와 정부에서는 그대로 밀이붙일 태세이다. 시기상조는 무슨 시기상조냐고 할 것이다. 환영받지 못할 교원평가제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우려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그런데 잘 아는바와같이 이번의 교원평가제는 단순히 전문성향상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있다는 데에 문제가 더 크다. 전문성향상이 목적이 아니라 인사에 반영하겠다는 것이 더 큰 목적으로 보인다. 인사에 반영한다면 승진에만 반영하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더 큰 틀에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부적격 교원의 퇴출이 아니라 교원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지 못하면 부적격교원이 아니더라도 퇴출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것이다. 정말로 능력이 없어서 퇴출당한다면야 뭐라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있기에 염려스러운 것이다.

필자는 이 코너를 통해 교원평가제 도입에 관한 글을 여러번 쓴 적이 있다.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긴 해도 나름대로는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했기에 자꾸 글을 쓴 것이다. 이번에도 벌써 몇차례 관련글을 올렸다. 그런데 또 올릴 이야기가 있다. 바로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현실이다. 학교교육환경은 날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학급당 학생수가 줄어들어야 함에도 대도시에서는 계속증가하고 있다.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한 학급의 인원이 38-9명 정도이다. 그동안 학급당 학생수가 35명선을 유지하면서 책걸상이 조금 큰 것으로 교체되었다. 그런데 40명 가까이 되다보니, 교실에 책상을 놓으면 공간이 거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다.

학교의 실험 실습실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35명정도면 적당한데 인원이 많아지다보니, 도저히 제대로 실험 실습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한 테이블에 적어도 5-6명을 배정해야 가능하다.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 어렵다.급식시간이 되면 많은 학생들 때문에 홍역을 치른다. 점심시간을 다른 학교보다 더 길게 했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다른 학교들은 더 사정이 안좋은 곳도 있다고 들었다. 교사가 정상적으로 능력을 발휘하려면 이런 기본적인 여건이 이루어져야 한다.

학급당 학생수가 많은 것도 문제이지만, 교원증원이 되지않아 수업부담이 큰 것도 문제이다. 교원을 증원하면 학급당 인원도 감소시킬 수 있다. OECD수준에도 못미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평가는 다른나라를 예로 들면서 하겠다고 한다. 필요한 것만 외국의 예를 들고 있는 것이다. 정말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에서는 외국의 예를 들지 않고 있다. 나중에 학생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교원증원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교육과학기술부의 입장이라고 한다. 학생수가 줄어들면 학급당 인원을 줄이면 된다. 현재처럼 많은 학생들을 한 학급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생각을 하는 것이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항상 선거때가 되면 교육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난리를 친다. 그러나 선거가 끝나면 그런공약은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어느 누구도 그에대해 끝까지 책임지지 않는다. 과연 누굴 믿겠는가. 당장에 교원정원동결이 가져올 결과가 눈에 보이는데도 정원은 이미 동결되었다. 필요한 여건을 개선하지 않고 교원평가는 당장에 실시할 태세다. 정말 이렇게 가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100% 만족하는 여건이 안되더라도 최소한의 여건은 조성해 놓고 교원평가를 논의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교육의 전문가는 많지만 책임지는 전문가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교원평가제 도입할려면 다른 여건을 갖춘 다움에 해야 한다. 학교별 지역별로 여건이 다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똑같은 평가를 실시하겠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여건조성을 충분히 하는데에 더 주력해야한다. 교원평가제 도입은 그 다음이다. 옳고 그름을 확실히 따져서 정책추진을 해야 한다. 여건개선없이 도입되는 교원평가제가 공교육을 살릴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공교육을 살릴려면 여건부터 개선하는 것이 순서라고 생각한다.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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