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교원근무성적평정(근평)에서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다면평가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근본취지는 교장,교감의 전유물이었던 근평을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되었지만 일선현장에서는 적용되기 어려운 제도인데도 그대로 확정되어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지난해에 시범적으로 평가해 보았지만, 그 결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경우는 흔하지 않았다. 일단 시범적인 운영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문제를 해결한 다음에 도입하는 것이 순서임에도 올해부터 바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난항을 겪는 이유가 공교롭게도 교사들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A학교에서는 평가단을 구성하는데서 부터 어려움이 있었으나 그래도 구성을 마쳤다. 그런데 근평을 내기위해 다면평가를 해야 하는데, 막상 다면평가자료를 제출하는 평가위원이 거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평가자료 제출을 미루고 있는데, 정해진 일정에 따라 진행해야 하는 교감의 입장에서는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나는 것이다. 교사들의 협조가 절대적인데도 다면평가가 교사들의 관심밖에 있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동료교사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부담감과 거부감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부 교사들은 평가자료를 제출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 일부교사들이 제출한 자료가 전체 평가위원들을 대표하게 된다는 것이다. 결국 30%의 비율이 이들 교사들이 제출한 자료가 절대적인 자료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교감의 입장에서는 무작정 기다릴 수 없는 현실에서 계속해서 교사들을 설득하여 제출할 것을 독려했으나 결국은 일부만 회수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다. 이 자료를 가지고 평가를 완료해야 하기 때문에 평가를 하면서도 마음이 가볍지 않다는 것이 이 학교 교감의 이야기이다.
가장 잘못된 것은 제대로 할 수 없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한 부분이다. 교원성과급이 객관적으로 평가되기 어려운 것처럼 교사다면평가역시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교사들의 입장에서 자신이 직접 경험해보지 않고 어떻게 상대방의 업무나 수업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느냐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그렇다. 자신의 업무외에 다른교사들의 업무를 파악하는 것은 고사하고 그 업무의 곤란도까지 알고 있어야 평가가 가능하다. 그런데 학교가 어디 그런가. 교장이나 교감이 교사들을 평가하는 것 자체도 객관성을 인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사들끼리의 평가는 더욱더 객관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교사다면평가의 문제는 평가단으로 선출된 교사가 평가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것을 비난할 일이 아니다. 도리어 이런 문제점 많은 제도를 그대로 계속 고집하고 있는 쪽을 비난해야 한다. 다면평가의 문제를 정확히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해서 시행해 나가는 것이 더 큰 문제인 것이다. 다면평가문제는 도입할 때부터 계속적인 문제가 지적되었었다. 그럼에도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 문제는 매년 반복될 것이다. 하루빨리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