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학에 나오는 단어 중에 행정통제가 있다. 이것은 행정기관이 설정된 행정목표 또는 정책목표와 기준에 따라 성과를 측정하고 이에 맞출 수 있도록 시정하는 노력을 말한다. 다시 말하면 행정통제는 공무원 개인 또는 행정체제의 일탈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통해 원래의 행정성과를 달성하려는 행동들이다. 행정통제는 행정책임과 표리의 관계에 있으며, 행정 신뢰성의 확립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이런 의미에서 행정통제는 공무원 개인 또는 단체에게 행정책임을 갖도록 강제하는 것이다.
느닷없이 웬 행정통제인가 의아해하겠지만 이것은 다름 아닌 서울시교육청이 학교설립인가 때 교육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구하도록 하는 '학교 설립ㆍ폐지 및 변경사항 처리지침'을 폐지하려다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아 철회키로 했다는 소식을 보고 나서 몇 마디 하고자 한다.
여론을 통해 대부분 들었겠지만 서울시교육청은 국제중 설립을 대다수여론과 시민들, 교육위원들의 집중 견제로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했던가. 이것은 이후에 다른 뉴타운 지역에서 또 다른 쟁점이 있을 자사고와 국제고 설립에 있어 껄끄러운 교육위원회의 사전 동의를 거치지 않으려는 꼼수로 해석할 수 밖에 없다.
비록 지침이라는 것이 강제규정이 아닌 생활이나 행동 따위의 지도적 방법이나 방향을 인도해 주는 준칙 정도로 해석되고, 행정기관의 내부통제와 일관된 행정행위를 위하여 내부 직원에게만 그 파급력이 미친다고 해서 외부와의 관계를 무 자르듯이 싹둑 자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학교설립의 문제는 교육청만의 문제가 아닌 교육수혜자인 시민에게도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사항이므로 더 그렇다 할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지침폐지를 이해관계자에게 의견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지한 것은 절차를 떠나 도덕적으로도 비난의 소지가 더 큰 원인을 제공했다 할 것이다. 이렇게 비록 행정기관의 내부지침이라고 하더라도 그 파급력이 국민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정도가 크면 이것은 단순한 행정지침으로서의 기능이 아니라 행정기관의 적절한 내부통제장치라고 할 수 있다.
행정학에서 말하는 행정통제의 필요성 몇 가지를 찾아보면, 첫째, 현대사회의 급속한 다원화, 복잡화는 행정부의 권한 강화로 귀결된다. 교육청의 기능이 단순한 교육적 기능이 아닌 일부 복지적 기능까지 관여하게 되고 직․간접적으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둘째, 오늘날 행정영역은 수많은 재량행위와 가치배분의 기능까지 담당하고 막대한 예산을 집행하고 관리하기 때문에 행정상의 과오나 실수가 나타날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대전시교육청만 해도 경직성경비가 많긴 해도 올해 1조원이 넘는 예산을 집행하고 있지만 행정을 통제하는 세력이나 집단의 능력부족, 시간비용의 한계가 행정통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셋째, 행정통제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행정관료들은 견제장치가 없는 권력집단화 될 수 있으며 불균형을 초래하여 종국적으로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 올 수 있다. 영국 액튼경의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말을 새삼 떠올릴 필요가 있을까.
그렇다면 서울시교육청이 폐지하려다 번복한 '학교 설립ㆍ폐지 및 변경사항 처리지침'같은 행정통제는 왜 필요한 것일까? 그것은 산업화 및 기술발달에 따라 사회의 복잡성이 증대함에 따라 행정의 전문성이 제고되면서 행정관료의 재량권의 범위가 크게 확대되었고 이에 따라 재량권의 일탈 또는 남용에 대한 적절한 통제의 필요성 역시 증대하였다. 이와 같은 행정통제의 당위성은 기본적으로 민주사회에서 행정이 주권자인 국민의 의사에 부합하여야 한다는데 찾을 수 있다.
또한 행정에 대한 통제는 행정이 그 원래의 존립목적에 맞는 행위를 하도록 유도하는 활동이이다. 행정은 담당주체인 공무원이 주어진 법규와 기준을 토대로 일정한 행위를 하면서, 목적을 추구해 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어느 한 부분이 잘못될 경우, 원래의 목적 추구에 차질이 빚어지게 된다. 행정에 대한 통제는 이런 위험성을 막기 위해 시도되는 것이다.
따라서 위에서 거론한 것과 같이 학교설립 동의규정은 단순한 행정지침의 성격보다는 행정기관의 책임행정 구현과 행정행위에 따른 파급력을 고려한 의견수렴, 만일에 있을지 모를 행정적 실수 등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복합적 기능을 가진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본질적인 흐름을 간과한 채 집행청의 행정편의적 발상이나 교육위원회의 자존심 대결 등의 곁가지 논쟁으로 이번 사안이 흐르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