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가 뭐길래

2008.11.27 09:50:00

중3학생을 자녀로 둔 학부모 A씨,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든다. 아침 7시30분기상, 아침식사를 거르고 학교에 간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오면 오후 3시30분에서 4시사이, 집에와서 쉴틈도 없이 다시 가방을 메고 학원버스를 탄다. 아침에 아이를 본후 방과후에 잠깐 본 다음에 다시또 집을 나서는 아이를 보는 시간은 불과 30분 남짓, 그렇게 집을 나간 아이는 다음날 새벽 3시-4시 사이에 집으로 돌아온다. 아이얼굴을 또 잠깐보고 잠자리에 들도록 종용한다. 그렇게 3시간여를 자고나면 다시 아침이 돌아온다. 그리고 아침을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또 학교로 간다.

물론 일반 중3학생들의 이야기는 아니다. 특목고 진학을 위해 밤을 낮삼아 공부하는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학원에 따라서는 이보다는 일찍 귀가시키기는 곳도 있다고 한다. 분명한 것은 날짜를 넘기고 나서야 귀가시킨다는 것이다. 특목고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기에 어쩔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이렇게 해서 특목고 진학을 하면 좋지만 결과가 잘못되는 날에는 아이는 물론 학부모까지 실망과 좌절을 겪게 될 것이다. 왜 이렇게 특목고를 진학하려고 아이를 고생시켜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단다. 그렇지만 지금 그만두기도 어렵다. 왜, 그동안 학원가서 보낸 시간들이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대로 특목고 시험을 보도록 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학원이 우선인지 학교가 우선인지 구분이 잘 안된다는 것, 최소한 요즈음은 학교보다는 학원이 더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차라리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오전시간에 잠을 자도록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학교에서는 이런사정을 봐주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일부 사립중학교의 경우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체험학습을 내주기도 한다고 한다. A씨의 자녀는 공립중학교에 다니고 있어, 그 어떤 편의도 생각해 줄수 없다고 한다. 학교에서 특목고진학 희망학생을 위한 배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르쳐주지는 않아도 따로 모여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라도 주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이러다가는 애를 잡을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자꾸만 커져간다. 지금쯤 그만두라고 할까도 여러번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역시 지금까지 해온 것이 너무나 아까워서 그럴 수 없다는 것이 결론이다. 부모 마음이야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도전해서 특목고에 진학시키고 싶은 마음이 앞서니 어쩔수 없다는 것이다. 자신도 왜 이러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아이는 이런이유를 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저 부모마음은 아이가 열심히 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란다.

'빨리 시험이 끝나서 결과가 어찌됐던 아이와 부모가 편안한 마음으로 두다리 쭉뻗고 잤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를 조금만 더 이해해 주십시오. 아이가 특목고 합격하도록 선생님도 기도해 주십시오.' 담임교사는 전화통화를 마치고 한동안 뭐가뭔지 모르겠더라고 한다. 이건 아닌데...이러다 아이들 잡겠다는 생각만 들었다고 한다. 특목고가 뭐길래....
이창희 서울상도중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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