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교원, 수습교사제로 전환해야

2008.11.27 09:49:00

현재 전국의 초·중등학교에는 한두 명 또는 서너 명 이상의 계약직 교원이 근무하고 있다. 계약직 교원이란 현행 법령상 기간제 교원, 산학겸임교사, 명예교사, 강사 등을 말하며, 정년이 보장된 정규교원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정규 교원의 휴직이나 파견 등으로 인한 결원을 보충하고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지도하게 되어 있다. 지금까지 많은 계약직 교원들이 학교 현장 교육에 이바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약직 교원이 안고 있는 신분상의 특성과 한계로 인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 원인과 대책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일반 교원들이 교과지도, 생활지도, 교무분담 등 크게 세 가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계약직 교원은 4일 이상 또는 한두 달, 많아야 일년 미만의 짧은 기간 동안 임용됨으로써 교사의 고유한 역할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반적이다. 생활지도나 교무 분담 등의 업무는 대부분 배제된 채 단지 교과지도만 하고 있을 뿐이어서 정규 교원의 업무가 상대적으로 가중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이다.

둘째, 계약직 교원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각이 상당히 비뚤어져 있다. ‘곧 그만 둘’ 선생님으로 보고 선생님의 지도에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생님 또한 대체적으로 온정적으로 대처하고 만다. 실제로 계약직 교원이 많은 학교의 경우 학부모나 학교운영위원회 등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대책을 요구해 오는 사례도 종종 있다.

셋째, 다수의 퇴직 교원이 다시 계약직 교원으로 채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부정적이다. 교원의 연금제도 및 근무환경 변화로 명예퇴직이 급증하고 있는데도 이에 따른 적절한 교원충원 계획이 마련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든 교직을 떠난 사람들을 다시 학교로 불러들여 근무하게 하는데 대하여 신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넷째, 계약직 교원들이 짧은 기간 동안 여러 학교를 전전하면서 직업강사로 전락하고 있는 점도 문제이다. 일부는 임용고시에 합격하여 교사로 임용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수년 동안 계약직 교원으로 활동하면서 아예 직업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는 점이다. 정규 교원의 경우 학급담임, 교과지도, 생활지도, 교무업무 처리 등 복잡한 일을 해야 하지만 계약직 교원은 수업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늘어날 경우를 생각해 보라. 교원 조직의 이원화로 여기에서 생기는 문제점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최근 연가 병가 휴직 파견에 따른 교원 결원이 어느 때보다도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문제점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 않아도 공교육이 불신 받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직 교원의 증가에 따른 교육활동이 위축되거나 왜곡된다면 공교육 불신은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계약직 교원은 교원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강화시킬 수 있는 교원정책이 아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수습교사제를 제안하고 싶다.

수습교사제란 일정 기간 학교 현장에서 학생지도 및 교과지도 및 교무 분담을 하면서 교사의 책무성과 전문성을 신장하는 제도를 말한다. 임용고사 합격자를 중심으로 일정한 학교현장에서 수습하게 한 다음 정규교사로 임용하자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수습기간 동안 아마도 그 교원은 열정을 다해서 교육활동에 전념하게 될 것이고, 학교 교육의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학교를 떠나야 할 사람이 아니라, 일정 수습 기간이 끝나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교원 간에도 동료로서 융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젊고 패기 있는 교사로서 학교 교육에 활력을 제공하는 역할도 하게 될 것이다. 그 제도의 효과로서는 다음과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교원으로서 높은 책무성과 전문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임용고시에 합격한 사람들을 일정 기간 교사로서 수습기간을 부여함으로써 교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교직 발전의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다.

둘째, 정규 교원에게는 물론이고, 학생들에게도 선생님으로서 상응하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젊은 교사들에게 열정을 표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학교 현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이다. 가장 열심히 뛰어야 할 젊은 교사들이 계약직 교원으로 위축되어 있는 현실은 안타깝다.

셋째,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별다른 예산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계약직 교원의 보수 수준을 수습교사제에 그대로 적용함에 따라 별다른 과외의 예산 부담 없이도 운영할 수 있다.

공교육 대한 불신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직 교원제도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우선 당장의 수업 결손을 줄이겠다는 성급함은 이해되지만 신분상의 한계와 위축된 현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효과적으로 진행될 수 있는가에 대한 냉철한 검증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일섭 (수필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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