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르친다는 것은 희망을 노래하는 것

2008.12.18 08:52:00

명심보감의 훈자편(訓子篇)에 “人皆愛珠玉(인개애주옥)이나 我愛子孫賢(아애자손현)이니라.”라는 말이 나온다. “사람은 누구나 다(皆) 주옥을 사랑하지만 나는 자손의 어진 것을 사랑한다”는 말이다. 주옥(珠王)은 보배롭고 값이 있고 가치가 있고 귀한 것이라 누구나 좋아한다. 하지만 주옥(珠王)보다 더 귀한 것이 있다고 한 선각자(先覺者)가 있다. 그분이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지만 사람이 무엇보다 귀하다고 하였고 사람이 무엇보다 보배롭고 사람이 무엇보다 가치가 있다고 하였다.

사람은 사람이로되 어떤 사람이냐 하면 어진 사람이다. 마음이 너그럽고 착하고 슬기롭고 덕행이 높은 사람이다. 사람의 마음이 너그러운 것이 돈보다 귀하고 사람이 착한 것이 부보다 귀하며 사람이 지혜로운 것이 주옥보다 귀한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다 주옥을 사랑하지만 자기는 자손의 어진 것을 사랑한다고 하였다. 어찌보면 약간 별난 것 같이 보이겠지만 그렇지 않다. 그분의 생각은 정말 깊이가 있고 높이가 있는 것 같다.

주옥의 원천이 현(賢)에 있음을 알았다. 사람의 겸손한 것이 부(富) 위에 있음을 알았다. 돈 있고 교만한 것보다 돈이 모자라도 덕이 있는 것이 나음을 알았다. 마음이 어질면 군자답게 살 수 있지만 마음이 어질지 못하면 소인답게 사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주옥보다 자손들의 어진 것을 사랑한다고 한 것이다.

현을 보통 ‘어질다’로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현명하다’로 해석할 수가 있다. 그러기에 이렇게 해석이 가능하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주옥을 사랑하지만 나는 자손의 현명함을 사랑한다’고 할 수 있다. 자식이 현명하면 귀한 사람이 될 수 있고 부한 사람도 될 수 있으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로부터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주옥과 같이 빛나는 삶을 살 수도 있고 왕과 같은 훌륭한 인물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주옥을 사랑하지만 자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손들의 현명함을 사랑한다고 하였다. 보통 사람들보다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든다. 이분은 아마 자손들이 어질기도 하고 현명하기도 함을 동시에 바랐던 것 같다. 어진 마음을 가짐과 동시에 현명한 자손이 되는 것을 고대했던 것 같다.

요즘 말하면 인성과 실력이 두루 갖춰진 자손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부자 부러워하지 않았고 재물 욕심내지 않았고 눈에 보이는 보석을 탐내지 않았고 오직 지금 당장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질고 현명함을 두루 갖춘 손자를 얻기를 원했다. 그러니 눈에 보이는 보배만 사랑하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자손들이 눈에 보이지 않는 보배-현을 가진 자, 즉 어질고 현명한 보배를 사랑한 것이다.

어질게 되는 것도 배워야 하고 어질게 되었다고 교만해서는 안 되고 현명한 사람이 되기 위해 배워야 한다. 장자(莊子)는 “子雖賢(자수현)이나 不敎(불교)면 不明(불명)이니라.”고 하셨다. 즉 자식이 비록 어질지라도 가르치지 않으면 현명하지 못하느니라."고 하셨다.

자식이 어질다고 판단이 되더라도 가르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현명한 사람이 될 수가 없다. 주옥같이 바라는 현명한 보배가 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집에서는 부모님이 자식에 대해 가르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되고 학교에서는 선생님이 학생들에 대해 가르침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우리과에 함께 근무하는 WEE CENTER 상담사 한 분께서 하루 일지를 적으면서 이렇게 정리한 것을 읽어 보았다. “배운다는 것은 자기는 낮추는 것이고 가르친다는 것을 희망을 노래하는 것이다”라는 말씀이 와 닿았다. 학생들은 어질고 현명한 자가 되기 위해 자기를 늘 낮추면서 배워야 하겠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어질고 현명한 자가 될 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하면서 가르치면 희망이 넘칠 것 같다.
문곤섭 전 울산외국어고등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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