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이들의 마음을 멍들게 해서는 안된다
12월 10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일명 일제고사)를 거부한 전교조 교사에 대한 서울시 교육청으로부터의 중징계가 내려졌다. 그런데 징계 수위가 파면, 해임이라는 중징계에 해당되어 교사에게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더군다나 이 징계는 지난 89년 전교조 교사 대량 파면 사태이후, 다시 일어난 일이라 그 파급효과가 더욱 크다.
지난 화요일 밤 모(某) 방송사 시사프로그램에서는 ‘선생님을 돌려 주세요'라는 타이틀로 이들의 파면에 대한 부당성을 방영하였다. 일부 참교육연대와 학부모 단체에서 이와 같은 징계에 대한 부당성을 꼬집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무엇보다 한 학년을 채우기도 전에 선생님과 생이별을 하면서 아이들이 받아야 할 정신적 충격을 생각하니 교사로서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이 무엇인지를 가르쳤을 뿐인데 그것을 빌미로 가혹한 중징계를 내린 저의가 무엇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정의가 권력 앞에 무릎 꿇는 현실을 보면서 아이들은 무엇을 보고 느끼겠는가.
형평성에 어긋난 정부 처사에 공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예컨대 그와 같은 처사는 국가 시책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교사를 마치 반역 죄인으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며 신중을 기하지 못한 현 정부의 처사를 비판하는 사람도 많다. 혹자는 독재정권에서나 있을 수 있는 일이 현 정권에서 자행되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올 초, 한국교총과 조선일보가 벌인 ‘선생님이 희망이다’는 캠페인 운동에 많은 교사들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그리고 이 운동은 그동안 위축되었던 교육현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어 준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현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처사는 과거의 악법을 답습하고 있는 느낌마저 준다.
한편으로 우리나라의 교육이 진보보다 퇴보의 길로 간다는 사실에 서글퍼지기까지 한다. 교사에게 희망을 주지 못할망정 최소한 교사의 사기만은 저하시키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선생님의 파면을 원하지 않는 아이들의 울부짖음을 정부는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